죽어가던’ 타미 힐피거’ 부활 비결은?

한국기업 한섬 인수후 ‘브랜드 리빌딩’

뉴트로 반영, 밀레니얼 세대 취향 저격

내리막길을 걷던 미국 캐주얼 브랜드 ‘타미힐피거’가 연 매출 2000억원대 패션 브랜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7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이 타미힐피거를 인수한 후 밀레니얼 세대를 주 타깃으로 ‘브랜드 리빌딩'(rebuilding)을 한 성과다.

18일 한섬에 따르면 타미힐피거는 지난해 매출 22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매출 1950억원과 비교하면 12.8% 증가한 것이다. 패션업계가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10%대의 매출 성장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한섬은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했다. 인수한 브랜드 중 연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타미힐피거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섬은 타미힐피거의 올해 매출 목표를 기존 23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한섬을 인수한 뒤 타임·시스템 등 주요 브랜드를 대상으로 일명 ‘메가 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한섬은 연 매출 1000억원대였던 여성복 브랜드 타임에 패션 전문가 50여명으로 구성한 사업부를 신설해서 디자인과 소재 등 경쟁력을 개선했다.

이 프로젝트 덕에 2016년 타임은 국내 여성복 단일 브랜드 최초로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지난해 타임 시그니처 라인이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였다. 시스템 역시 2016년부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시스템2’, ‘시스템0’ 등을 라인업을 확장해 지난해 15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한섬은 이같은 앞선 경험을 타미힐피거에도 적용해 지난해부터 브랜드 리빌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인업 확대와 디자인 차별화가 핵심이다. 기존에는 타미힐피거 제품군이 남녀 의류로만 한정됐는데, 한섬이 품은 후 신발, 캐주얼 패션, 잡화 등까지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신발 매장 ‘타미힐피거 풋웨어’를 아시아 최초로 론칭하고 현대백화점에 글로벌 단독매장 1호점을 열었다. 올해 2월에도 아시아 최초로 영캐주얼 ‘타미진스’ 단독 매장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열었다. 최근에는 숍인숍(매장 안의 매장) 형태로 양말 매장 ‘타미힐피거 삭스’를 선보였다.

디자인에는 일명 ‘뉴트로'(새로운 복고) 열풍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뉴트로 스타일인 ‘빅 로고’ 콘셉트가 대표적이다. 코카콜라나 메르세데스 벤츠 등 다른 업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간 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디자인을 연이어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고객의 체형을 고려한 ‘아시안 사이즈’로 타미힐피거의 성장을 이끈 요인이라고 한섬은 밝혔다. 그전까지 타미힐피거는 서구형 체형 위주라는 고객들의 지적이 제기됐지만 한국인 체형에 맞게 사이즈를 조정해 호응을 얻었다.

한섬은 “이런 시도가 타미힐피거를 젊고 밝은 이미지의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며 신규 고객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타미힐피거 신규 구매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특히 이중 20·30대 비중이 50%에 달해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설명이다.

타미힐피거 글로벌 본사는 이같은 국내 고성장세와 K패션 위상을 고려해 한국을 신제품 출시 최우선 순위 국가로 보고 있다고 한섬은 전했다. 한섬은 미국 본사와 함께 한류 스타를 통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한편, 국내 소비자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본사와 공동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한섬 관계자는 “타미힐피거의 성장 덕에 기존 고급 패션시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캐주얼 패션 부문으로까지 확장했다”며 “앞으로 오브제·오즈세컨·DKNY 등 다른 인수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 전략도 순서대로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