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중 무역전쟁 일단락…”1월 서명”

미중, 1단계 합의 확인…관세 단계적 철폐하기로

관세 빼고 농산물 주고…2단계 협상 더 난항 예상

2년 가까이 이어지며 세계 시장에 불확실성을 안겨줬던 미중 무역전쟁이 13일 일단락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5일 부과될 예정이던 대중 추가관세를 취소하고, 기존 관세는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중국은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 구입을 약속했다.

양측은 내년 1월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합의 내용을 담은 협정에 서명할 전망이다. 서명은 미중 정상 대신 무역대표 선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 무역대표부(USTR)는 밝혔다.

미중 협상단이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은 전날(12일)부터 외신을 통해 흘러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행정부 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합의 사실을 전했지만 양국 당국은 하루 가까이 해당 보도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침묵했다.

중국은 13일 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외교부, 농업농촌부, 상무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사실을 먼저 발표했다.

회견에서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미중 양측이 1단계 무역합의에서 주요 진전을 이뤘으며, 협정 문건 내용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양국의 합의문은 총 9개 장으로 구성돼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환율, 농산물 등의 분야가 들어갔다.

왕 부부장은 이번 합의가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과 미국에 있는 중국 기업에 더 많은 보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랴오민 재무부 부부장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취소를 약속했으며, 미국이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또한 15일 계획했던 대미 추가관세를 취소하고, 미중 협상단은 언제 어디서 협정에 서명할지 논의한다고 밝혔다. 미중 2단계 무역협상은 1단계 협정의 이행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합의에 따라 앞으로 미국산 밀과 옥수수를 더 많이 수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자국 내 시장에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 당국의 기자회견과 거의 동시에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중국과 매우 큰 1단계 합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에 동의했다”며 “농산물, 에너지, 제품에 그리고 많은 것들을 엄청나게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무역전쟁 도중 부과한 관세에 대해 ‘25% 관세’는 유지하고 ‘15% 관세’는 7.5%로 줄인다고 설명했다. 15일에 예정됐던 대중 추가관세는 취소했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했다. USTR은 성명을 통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상당한 방식으로” 수정하며, 중국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상당량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미국은 25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유지하고, 남은 12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는 관세율을 (기존 15%에서) 7.5%로 줄인다”고 말했다.

또 이번 무역협정은 “중국의 경제 및 무역 체제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요구했다”며 “여기에는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농업, 금융 서비스, 통화 및 환율이 포함됐다. 합의엔 ‘강력한 분쟁 해결 시스템’도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이후 취재진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12월15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기한 보류하라고 승인했다”면서 관세 인하는 협정 서명 30일 후부터 발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단계 합의에 따라 중국은 앞으로 2년간 미국산 농산물 320억달러를 사기로 약속했다”며 처음 1년에 2017년을 기준(240억달러)으로 160억달러를 더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연간 160억달러씩 추가 구입하는 셈으로, 합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한 ‘500억달러’를 넘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에 따르면 양국 서명 절차는 내년 1월 워싱턴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미중이 ‘1단계 휴전’을 발표하긴 했지만 앞으로 무역협상은 앞으로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중의 근본적 마찰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자도 중국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단계 협정은 일시적 화해다. 미중 사이 완전한 휴전이 아니다”라며 “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기 전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미중이 첨예하게 맞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문제는 거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나는 이런 것들이 1단계 협정에서 다룬 사안들만큼 쉽게 해결되리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탄핵 위기 등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미국 내 위기 상황이 합의를 이끈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다면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2단계 협상 개시 시점에 대한 미중의 이견도 벌써부터 드러났다.

중국은 1단계 합의 이행에 2단계 협상이 달려있다고 말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제 2020년 선거까지 기다리기보다 즉각 2단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과 2단계 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남아 있는 관세들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겠다며 중국은 당장 2단계 협상을 시작하길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