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고급 SUV 판 흔드나

‘상품성’·’가성비’로…GLE, X5 등과 경쟁 본격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선봉…해외 가능성은?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 출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입 차량들이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시험할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GV80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판매 확대도 노리고 있다. 부진한 북미 및 유럽 시장에서의 선봉장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이달 말 GV80을 출시한다. 지난 2015년 제네시스가 출범한 지 4년 만에 세단과 SUV를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추게 되는 셈인데, 연이어 공개되는 디자인 및 사양 등에 따라 시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으나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2010년부터 연평균 7%를 상회하는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G70·G80·G90 등 세단 라인업만 갖춘 제네시스에서 GV80의 역할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제네시스는 개발 단계부터 수입 프리미엄 모델을 겨냥했다.

메르세데스-벤츠 GLE와 BMW X5, 아우디 Q7 등이 그 대상이다. 현재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르지만, 성능과 사양, 디자인 등으로 정면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근거는 충분하다. GV80에는 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 ‘HDA2′(Highway Driving Assistant 2)가 탑재된다. 이는 실제 도로 환경과 차량에 적용 가능한 최상위 자율주행 기술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도 적용될 전망이다. 이는 도로 주행 시 여러 곳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노면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 이를 상쇄시키는 반대 위상의 음파를 발생시켜줌으로써 실내 정숙성을 대폭 높이는 것이다.

스마트폰만으로 자동차의 출입과 시동·운행·차량 제어가 가능한 ‘디지털 키’도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적용한다.

또한 대시보드 상단에는 가로배치된 14.5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가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개발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이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비게이션 화면에 홀로그램을 투영, 실제 도로와 건물 위에 이동방향과 제한속도, 위험경보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차량 내 간편 결제 기능을 갖춘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적용된다.

이 같은 상품성에도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국내 판매 가격은 파워트레인에 따라 6000만~8000만원 사이에서 책정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당초 엔트리트림 가격을 5000만원대로 설정했으나, 프리미엄 수입 SUV와 비교해 성능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에 판매가격을 높인 것이란 분석이다.

경쟁 모델인 GLE는 9030만~1억1050만원, X5는 9790만~1억3890만원, Q7은 7840만원 등에 판매되고 있다.

제네시스는 GV80을 내세워 북미 및 유럽시장 재공략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이 탄탄한 국내 시장과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에는 의문부호가 따르는데,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격전지에서 가능성을 내비친다면 내년 출시 예정인 GV70 및 G80 완전변경 모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네시스가 그동안 북미에서 라인업의 한계와 부실한 딜러망으로 부진했으나, SUV의 점유율이 높은 시장에서 프리미엄 모델을 내놓으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유럽은 소형차가 득세하고 있으나 프리미엄 모델로서 ‘가성비’ 전략이 먹힌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