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어른들…코로나로 할머니 잃은 고교생 조롱

교내 마스크 착용 토론장서 마스크 의무화 지지 학생에 “입 닥쳐”

교육위 어른들 대신 사과…한달 간 임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결정

할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실을 알리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청소년을 정치적 이유로 조롱하고 막말을 퍼부은 어른들의 무개념 행동이 전국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NBC뉴스에 따르면 테네시주 센트럴 매그닛 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그래디 녹스 군은 지난 7일 루더포드 카운티 교육청에서 열린 마스크 의무화 관련 교육위 회의에서 마스크 착용 지지 발언을 했다.

그래디는 “할머니가 코로나에 감염돼 돌아가신 후 나도 학교에서 코로나에 노출돼  집에 계신 다른 조부모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을까 두렵다”면서 “할머니는 루더포드 카운티 교사 출신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 때 회의장 어디선가 한 남성이 그래디를 향해 “입 닥쳐”(Shut up)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디 뒤편에 앉아있던 여성도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비웃음을 날렸고 이내 장내는 소란스러워졌다.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의 반응에 당황한 그래디는 잠시 말을 멈추고 머뭇거린 뒤 다시 발언을 이어가야 했다.

특히 그래디를 조롱한 여성은 대형 건강보험 회사인 시그나(Cigna) 소속 간호사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영상이 공개된 후 비난이 쏟아지자 교육위는 그래디를 조롱한 어른들을 대신해 사과의 말을 전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래디는 로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 모욕적인 말을 하는 어른들을 보며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또한 무례하다고 느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어른들이 루더포드 카운티를 대표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교육위는 이날 13일부터 10월 14일까지 카운티내 모든 학교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통과시켰다.

이승은 기자 eunice@atlantak.com

테네시주에서 마스크 착용 지지발언을 하고 있는 그래디 군. 오른쪽의 여성이 이를 비웃고 있다/ Twitter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