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눈빛이 내겐 엔돌핀이야”

[K 초대석] ‘무역의 전설’ 이영현 월드옥타 명예회장

차세대 무역스쿨 창안…지금까지 강연만 1천여회

자비로 전세계 곳곳 누벼…마일리지만 480만마일

 

1960년대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려고 캐나다 유학을 떠났지만 작은 체구 때문에 무역업으로 눈을 돌렸던 남자. 그는 몸싸움을 불사하며 골대를 향해 집요하게 달려드는 아이스하키 정신을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잊지 않았다. 한국 제품만을 고집하며 발상의 전환과 기막힌 시장 적응력으로 연매출 1억달러를 올리는 ‘무역의 전설’이 됐지만 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비슷한 몸집과 추진력 때문에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외쳤던 나폴레옹을 떠올리게 하는 이 남자, 이영현 월드옥타(세계한인무역협회) 명예회장(78)을 지난 3일 둘루스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 동부 통합 차세대 무역스쿨(3~5일) 강연을 위해 베이징에서 30시간 넘게 걸려 이날 애틀랜타에 도착했다.

◇ 성공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나?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이 회장에게 올해 방문한 국가를 물었다. 그는 손가락을 짚어가며 “일본 도쿄, 지바, 중국 톈진, 캐나다 토론토, 중국 지린, 서울, 베이징을 거쳐 애틀랜타에 왔고 앞으로 밴쿠버와 밀라노, 상하이를 연이어 방문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92세까지는 열심히 세계를 돌면서 한인 차세대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로 아내의 허락을 받았다”면서 “지금까지 17년간 자비로 움직이며 전세계 어디서나 불러주는 곳이면 찾아가 멘토링이 필요한 젊은이들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시느냐”고 물었다. 80세를 눈앞에 둔 이 회장이 집을 떠난지 벌써 8개월째가 됐다는 말에 조금은 안쓰러워 던진 질문이다. 그는 “수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처음 듣는 질문”이라며 기자에게 말을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는 “캐나다에서는 나름 성공한 사람 중에 한명(그는 올해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기념해 상원에서 주는 공훈 메달을 받았다)이지만 성공 그 자체보다는 그것으로 인한 즐거움을 어디서 찾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 특히 우리 한국 젊은이들이 성공하도록 돕는 것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 소풍가기 전날처럼 흥분되는 만남들

이 회장은 이어 “남을 도우려면 교양과 재력, 직위 3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컨텐츠를 알려줘야 하고 봉사를 뒷받침할 돈이 있어야 하며, 임팩트 있는 영향력을 주기 위해서는 남들이 알아주는 명예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3가지가 있는데도 나 혼자 편하게 살려고 하면 안된다. 이것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월드옥타의 핵심사업인 차세대 무역스쿨을 창안한 이 회장은 지난 17년간 1000회 이상의 강연을 다니느라 항공기 마일리지만 480만마일을 쌓았다. 건강은 어떠시냐고 묻자 “6개월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데 (이상이 없이) 깨끗하다. 무역스쿨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타오르는 듯한 눈빛이 내게는 비타민이자 엔돌핀이다. 소풍가기 전날 잠이 안오는 것처럼 나는 아이들 만나러 가는 날이면 흥분돼서 잠이 안온다”며 미소지었다.

◇ 젊은이를 살려야 희망이 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눈빛은 한마디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강렬한 메시지”라고 정의했다. 이어 “지금까지 수강생들에게 받은 이메일만 4000통이 넘어 이것을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 부모들도 알지 못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의지와 계획이 내게는 보이고 읽힌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훌륭한 DNA가 있다. 이 아이들을 살리면 한국이 살고, 전세계 한인들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92세가 되시려면 14년이 남았다”고 하자 이 회장은 “그 전에 무역스쿨 수강생 중에서 1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친구가 나오면 소원이 없겠다”고 답했다. “그때까지는 더 부지런히 다녀야지. 54년 해로한 아내도 처음에는 나보고 미쳤다고 하더니 지금은 격려해준다”는 그에게서 거상의 진심이 전해졌다.

이상연 대표기자

이영현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