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력으로 달려온 증시…2020년 더 오를까

나스닥 사상 첫 9천 돌파, S&P도 올해 34번 최고치 경신

트럼프 재선에 ‘증시 호조’ 무기로…월가는 ‘신중한 전망’

 

올해 뉴욕 증시가 승승장구했다. 26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일째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넘는 기록을 세웠다.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벌써 올해만 34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3.1%, 이번 분기들어선 8.8% 올랐고 올해들어 현재까지는 29.2% 상승했다. 지난 1997년 세웠던 역사적인 수익률까지 불과 1%포인트(p)도 남지 않았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도 마찬가지로 상승 추세.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뉴욕 증시는 화려한 한 해를 만끽하고 마감할 전망이다.

크리스 럽키 MUFG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주식시장은 멈출 것 같지 않다. 랠리가 현실인 상황이다”라면서 “경제 엔진이 계속 활황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3년차 되는 해였다. 내년 재선을 벼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올해까지 3년간 S&P500 지수가 50% 이상 올랐으니 환호작약할 만하다. “경제가 좋다”는 걸로 재선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

베스포크투자그룹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미 대통령의 임기 3,4년차에 증시가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고 하고,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으니 ‘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증시는 내년에도 양호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올들어 현재까지 S&P500 지수 상승률은 베스포크투자그룹 집계에 따른 역대 대통령들의 3년차 평균 상승률 12.8%를 크게 웃돈다. 물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이었던 2013년 지수 수익률이 경기침체(recession)를 돌파하며 32%를 기록한 데엔 못 미치지만 올해도 꽤 높은 수익률임엔 틀림없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게 한 것은 성과라면 성과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증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양호한 경제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받아가며 연방준비제도(Fed)가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견조하며 이 소비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고용 상태가 괜찮다.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최저치다. 소비는 제조업이 일부 위축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를 지탱해주고 있다.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혜택을 받아 확보한 풍부한 유동성을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데에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상당히 신중하게 내년 증시를 전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CNBC가 자체 조사한 결과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평균 S&P500 지수 전망치를 3300으로 제시, 매우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S&P500 지수는 26일 기준 3239.91. 월가의 내년 지수 전망치는 이보다 불과 4%밖에 높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내년 증시의 변수는 중국과의 무역협상 결과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의 불확실성을 잘 풀어갈 경우엔 낙관할 수 있단 주장도 물론 나온다.

베어링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크리스토퍼 스마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더 (금리가)싼 돈을 제공하기 위해 연준이 개입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건강하다(소비자 견조하다)”면서 “경기침체는 연기됐다”고 말하며 내년 장세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 족집게’로 통하는 바이런 윈 블랙스톤 어드바이저리 파트너 부회장은 최근 내년엔 투자상품으로 금에 주목하라고 조언해 주목을 끈다. 윈은 구체적인 목표치 등은 제시하지 않은 채 “2020년엔 금을 지켜봐라. 흥미로운 기회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마켓워치는 일부에선 올해 증시가 많이 오른 만큼 조정 장세를 예상하는 쪽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 매체 더스트리트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경제는 흔들리는 모습이고 무역전쟁 역시 완전한 해결이 되지 않았으며 연준이 더 금리를 내리지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 미 증시가 올해 만큼의 수익률을 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란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 1,2,3년차 주식시장 수익률(왼쪽부터 차례로). 파란선은 역대 대통령 평균 1,2,3,4년차별 증시 수익률. (출처=CNBC 갈무리)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