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이대로 좋은가 ①] 참여 힘들게 해놓고 예산만 축소

투표참여는 어렵게 해놓고 투표율 낮다고 ‘타박’

총선 효율성 떨어진다며 예산 매 선거마다 줄여

그나마 ‘할 일도 없는’ 재외선거관에 대부분 사용

지난 17일 제21대 한국 국회의원선거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이 시작됐다. 시행 10년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은 재외선거의 현주소를 시리즈로 점검한다. /편집자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4월 실시되는 제21대 한국 총선을 위해 확정된 2019년 재외선거 예산은 46억7100만원이다. 올해 각 해외공관에 파견되는 재외선거관의 파견과 현지 주재, 그리고 재외선관위 구성, 홍보 등에 사용되며 애틀랜타에도 조선희 재외선거관이 지난 5월 부임했다.

이는 지난 제20대 총선 당시 배정된 2015년 재외선거 예산인 82억8400만원보다 36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또한 제19대 총선 당시인 2011년 재외선거 예산인 133억2500만원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금액이다.

투표 참여율 저조, 재외국민 탓인가?

예산이 이처럼 줄어든데 대해 중앙선관위측은 “선거관리의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며, 현재의 재외선거 제도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투표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제외선거에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재외선거의 투표참여는 한국에 비해 크게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추정하는 전세계 재외 유권자 숫자는 220만여명이지만 역대 가장 투표율이 높았다는 지난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수가 22만1981명에 불과했다. 총선의 경우 지난 20대 총선 6만3797명, 19대 총선 5만6456명으로 ‘형편 없는’ 수준이었다.

투표율이  이처럼 낮은데 대해 재외동포들은 물론 한국 정계에서도 “광범위한 지역에 산재해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외공관이나 극히 소수인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편 및 인터넷 투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파간 이해관계로 이를 가로막고 있으면서 투표율 저조를 재외국민들의 무관심 탓인양 몰아가고 있다는 불만도 높다.

현지 사정도 모르는 재외선거관에 예산 낭비

재외선거 예산이 줄어들면서 한인사회에서는 “인터넷 투표 도입 등 선거제도 개정은 아예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그나마 재외선거 예산의 대부분은 재외공관에 파견되는 재외선거관 파견에 사용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예산이 전 총선보다 50억원 이상 줄어들면서 중앙선관위는 재외선거관 숫자를 20여명 줄였다. 재외선거관 1인당 예산은 얼마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국회 감사자료에 따르면 당시 55명의 재외선거관을 운용하는데 50억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해 1인당 1억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된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지 사정도 모르는 재외선거관을 단기간 파견하면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선희 애틀랜타 재외선거관은 최근 플로리다 지역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선거 홍보를 한다며 3일간 출장을 다녀왔지만 20명 남짓한 지역 인사를 만나 선거 팸플릿을 나눠준 것이 전부였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미국 시민권자여서 재외선거에 대한 관심은 극히 낮았다.

홍보방법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역 한인신문에 형식적인 선거광고를 게재하는 것 외에 젊은 층을 위한 소셜미디어(SNS) 홍보나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선거 소개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플로리다의 한 한인단체장은 “드넓은 플로리다에 올랜도 투표소 하나를 설치해놓고 플로리다 한인들의 투표참여 편의를 도왔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면서 “홍보도 엉망이어서 재외선거 제도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한인들은 주변에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 국회에서 세계한인언론인협회 주최로 열린 재외선거 제도 개선 세미나 모습./세언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