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상속녀보단 나만의 삶을”

밴더빌트 가문 상속녀 글로리아 별세…향년 95세

앵커 아들 앤더슨 쿠퍼, CNN서 부음 직접 전해

막대한 부와 명성 자랑했지만 파란만장했던 삶

미국 철도 재벌 밴더빌트 가문의 상속녀이자 미국 CNN 간판 앵커인 앤더스 쿠퍼의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가 위암 말기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향년 95세.

테네시주의 명문 사립대 밴더빌트가 이 가문에 의해 설립됐고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의 대저택 ‘빌트모어’도 아직도 밴터빌트 가문의 소유이다. 또한 비틀즈 멤버인 폴 매카트니는 지난 1974년 글로리아 밴더빌트를 주인공으로 한 노래 ‘Mrs. Vanderbilt’를 발표하기도 했다.

앤더스 쿠퍼는 17일 오전 CNN에서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의 부음 소식을 전하며 “삶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삶을 온전히 살았던 비범한 여성”이라고 추모했다.

그는 “어머니는 화가이자 작가, 디자이너이면서도 훌륭한 어머니이자 아내, 친구였다”며 “95세 고령이었지만 가까이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신을 가장 젊고 멋지고 현대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글로리아는 막대한 부와 미모, 예술적 재능으로 많은 유명해졌지만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눈앞에서 큰아들이 투신하는 등 그리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는 1924년 2월20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철도왕 코닐리어스 밴더빌트(밴더빌트대학 창립자)의 5대손으로 태어났다. 1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아버지 레지날드 밴더빌트가 알콜중독으로 인한 간질환으로 사망하면서 그는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유산을 상속받았다. 호화로운 파티 생활을 즐겼던 어머니 글로리아 모건은 딸을 파리에 있는 유모 손에 맡겼다.

글로리아 밴더빌트는 10살이 되던 해 휘트니 미술관을 설립한 고모인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가 어머니 모건을 상대로 치열한 양육권 소송을 벌이면서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당시 밴더빌트에겐 ‘불쌍한 부자 소녀’라는 수식어가 붙어 유명해졌다.

소송에서 승리한 고모와 함께 미국에 돌아온 밴더빌트는 뉴욕 대저택에서 하인과 가정교사에 둘러싸인 삶을 살다 이후 사교계에 진출해 미술과 시, 모델, 연기 등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앤더슨 쿠퍼는 “아무리 언론의 조명을 피하고 싶어도 기자와 카메라는 어디든 어머니를 따라다녔다”며 “어머니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삶과 이름을 만들어내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글로리아는 1979년 직접 디자인한 ‘글로리아 밴더빌트 진’으로 패션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1985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상속받은 돈보다 내가 직접 번 돈이 내게 더 가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교계 명사인 만큼 수많은 염문설이 나왔고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친 그는 네 번째 남편인 작가 와이엇 쿠퍼와 결혼한 뒤 안정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1978년 심장수술 도중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10년 뒤엔 당시 23세였던 큰아들 카터가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는 비극을 겪었다.

글로리아는 95세 생일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사건이 인생에서 가장 끔찍했던 날이라며 “나는 한번 삶이 비극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나면 그때부터 진정으로 삶이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