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암’도 잡는 새 표적물질 효과입증

‘BAFF-R’ 생쥐실험결과 생존률 100% 확인

미국 암병원 연구팀 “곧 임상시험 들어갈 것”

미국 암전문 병원인 시티오브호프(City of Hope)병원에서 새로운 카티(CAR-T)세포 항원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카티 치료법보다 뛰어난 약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향후 개발이 기대된다. 병원측은 내년 중 이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오브호프 병원은 지난 25일 새로운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카티 세포요법이 재발을 경험한 기존 카티 환자에게 효과적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카티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래리 곽 교수가 참여했다. 카티치료제는 보통 CD19라는 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는데 이번 연구는 CD19를 대체할 수 있는 B세포 표면에 있는 활성인자 수용체(BAFF-R)를 대상으로 하는 카티세포 치료법이다. 이번 연구결과 논문은 지난25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개재됐다.

카티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환자 혈액을 실험실로 보내야 한다. 실험실에서 환자가 가진 T세포를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세포 표면에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인공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형된 T세포들은 실험실에서 수억개로 복제되어 다시 환자에게 주입되는 과정을 거친다. 몸속에 들어온 이 새로운 T세포가 암세포에 있는 항원을 인식하고 결합하여 암세포 파괴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때 CD19라는 단백질이 항원으로 사용되어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품목허가를 받아 사용되는 대표적인 카티 치료제로는 노바티스에서 출시한 ‘킴리아'(성분 티사젠렉류셀)와 길리어드가 내놓은 ‘예스카타'(성분 액시캅타진 실로루셀) 그리고 암젠에서 출시한 ‘블린사이토'(성분 블리나툼맙)등이 있다. 래리 곽 교수는 첫 카티 치료제인 킴리아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 심사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환자들이 카티 치료법에 강한 효과를 봤지만 일부 환자들은 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특히 악성 B세포 종양을 앓던 환자들은 최대 3분의1에 가까운 환자들이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래리 곽 교수에 따르면 이것은 환자 몸에 있는 암세포가 표적이 되는 CD19단백질에 대한 발현이 중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티와 같은 면역 치료는 종양세포에 면역학적 압력을 행사한다. 표적이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암세포가 카티 세포에 보이지 않도록 표면에서 발현이 되지 않도록 조절함으로써 카티 치료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D19는 암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이 아니기 때문에 카티 치료 이후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AFF-R수용체는 B세포 활성인자(BAFF)를 인식하는 막 단백질로, B세포 생존능력을 향상시키며 B세포 성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AFF-R은 BAFF 리간드에 대한 단일클론항체가 있는 자가면역 질환에 대해 성공적인 타겟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암 치료에서 적용된 적은 없다. 리간드는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을 일컫는다.

연구자들은 이변 연구에서 인간 임프종 및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세포주를 대상으로 시험관내(in vitro) 및 생쥐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대상을 BAFF-R유도 카티 세포와 CD19유도 카티 세포를 비교했으며 특히 CD19음성 표적에 대한 BAFF-R 카티세포 요법이 보인 효능에 초점을 뒀다. 연구팀은 실험결과 인간 림프종 세포를 가진 생쥐에 적용된 BAFF-R 카티 세포가 종양이 완전히 소실됐으며 실험동물 또한 생존률 100%를 보였음을 확인했다. 곽교수는 “BAFF-R 카티세포 치료법은 매우 강력한 치료효과를 보여줬으며 단 1회 치료만에 대다수 생쥐에서 자라는 인간 종양세포가 치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를 이용해 CD19를 제거한 인간 백혈병 세포에서도 BAFF-R카티 세포치료가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재발을 경험한 백혈병환자 4명으로부터 분리한 CD19음성 종양세포도 마찬가지로 BAFF-R카티 요법후 사멸됐다.

이에 대해 곽 교수는 “CD19가 없는 백혈병 재발환자 세포를 통해 BAFF-R 표적은 여전히 발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백혈병은 더이상 CD19를 표적으로 하는 카티세포에 의해 사멸되지 않았지만 BAFF-R카티세포가 표적을 인식해 사멸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CD19에 비해 BAFF-R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암세포 생존에 BAFF-R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라며 “더이상 종양이 항원을 발현하지 않아 카티로부터 빠져나갈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또한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뿐”이라고 덧붙였다.

논문을 썼던 저자들은 이런 발견이 실험실에서 벗어나 병원에서 적용되어 혈액암 환자들을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이번 흥미로운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 계획이 빠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6개월 안으로 시티오브호프 병원에서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 실험은 첫 CD19를 타겟으로 한 카티 세포치료 이후 재발한 백혈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티오브호프 병원에 따르면 BAFF-R 카티 임상시험이 시작되면 자체 세포치료 생산센터 시설을 활용해 카티세포를 제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는 환자의 T세포를 수집하고 병원내 GMP시설에서 생산된 바이러스로 T세포에 대한 유전자 조작 과정이 포함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병원측에서는 기존 카티치료제인 킴리아와 예스카타 그리고 블린사이토로 치료를 받은 후 재 입원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환자 30명을 모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래리 곽 교수가 최대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페프로민바이오는 시티오브호프 병원으로부터 지난 2017년 BAFF-R카티에 대한 기술이전을 받아 제품 개발을 진행중이다. 현재 임상신청승인(IND)을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며 국내에서 기술특례상장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에 따르면 기존 카티치료보다 약효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출처=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홈페이지)©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