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가상인간’, 넷플릭스까지 접수

한국 ‘로지’ 연말까지 스케줄 꽉차…연매출 10억원

인도는 세계 최초 ‘가상인간’ 활용 가이드라인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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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엑스 스튜디오가 개발한 가상인간 ‘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2021년 광고계의 ‘불루칩’으로 떠오른 가상 인간들을 앞으로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가상인간 ‘로지’를 제작한 싸이더스X 스튜디오 김진수 이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를 포함한 다수의 제작사와 예능·드라마 출연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무대로 활동하던 가상인간의 영역이 ‘스크린’까지 확장중인 것이다.

김 이사는 “최근 예능·드라마·영화 장르를 불문하고 출연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기술적인 문제는 없지만 이미 연말까지 스케줄이 빠듯한 탓에 여러 제작사와 일정을 조정 중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로지는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열굴형을 모아 얼굴 합성 기술로 탄생시킨 ‘가상 인간’이다. 지난 7월 한 보험사의 TV 광고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제작사가 추산한 올해 연매출은 10억원. 여느 ‘연예인’ 못지 않은 수입이다.

김 이사는 “광고나 협찬 문의는 셀 수가 없다”며 “연말까지 10억원 이상은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로지에 이은 두 번째 가상인간을 내놓을 계획이다”며 “3인조 남성 그룹을 준비중이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글로벌 디지털 캠페인 ‘팀갤럭시’ 홍보 모델로 출연한 미국의 가상인간 ‘릴 미켈라’ (유튜브 캡처)


◇ 세계는 이미 ‘가상인간’ 열풍

아직 국내에선 사업 초기 단계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가상 인간의 등장이 낯설지 않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글로벌 디지털 캠페인 ‘팀갤럭시’의 홍보 모델로 미국의 가상인간 ‘릴 미켈라’를 섭외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2년전부터 가상인간의 광고 출연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릴 미켈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이다. 전세계 300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샤넬, 캘빈 클라인 등 명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해, 2019년 한해 동안 130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이케아는 일본의 가상 인간 ‘이마’를 광고 모델로 출연시켰다. 영상에 등장한 가상인간은 여느 ‘사람’과 다름없이 산책을 하고, 음식을 먹는 일상을 보여줬다.

일본의 한 CG 전문 회사에서 탄생한 ‘이마’ 역시 33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각종 해외 명품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발탁돼, 지난해 7억원의 수익을 냈다.

2020년 이케아의 광고 모델로 출연한 일본의 가상인간 ‘이마’ (유튜브 캡처)


◇ 인도선 세계 최초 ‘가상인간’ 활용 가이드라인 제정

가상인간은 실제 사람과는 달리 아프지도, 늙지도 않는다. 심지어 모델이 각종 구설에 휘말려 광고가 중단되는 일도 없다. 동시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해낼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모델 활용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강점으로 가상인간의 ‘인간계’ 진출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에서는 세계 최초로 가상인간 전용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지난 7월 인도 광고 표준 위원회(ASCI)는 가상 인간을 ‘인간의 현실적인 특성과 특징을 가지고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가상의 컴퓨터 생성 아바타’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가상인간을 모델로 사용할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임을 광고에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소비자의 오해를 초래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마케팅 분석회사 하이프오디터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버추얼 인플루언서(가상인간) 시장은 2022년까지 약 16조7820억원(150억 달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0년부터 매년 3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비중이 50% 이상 차지해 인간 인플루언서를 넘어설 것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