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사 산증인’ 나카소네 별세…향년 101세

2차대전 겪은 보수 원로…총리 때 ‘야스쿠니 참배’ 논란

일본 총리 최초 방한…아베에 ‘침략전쟁 사과·반성’ 요구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사진)가 29일 별세했다. 향년 101세.

교도통신·TV아사히 등에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날 오전 7시쯤 도쿄도 내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1918년 5월 군마(群馬)현 태생의 나카소네 전 총리는 무려 56년간 직업 정치인으로 활동, ‘일본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나카소네는 1941년 도쿄제국대 정치학과 졸업과 함께 내무성 관료로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나, 태평양전쟁 발발에 앞서 해군에 지원해 1945년 일본의 패전 때까지 주계장교(행정·경리 등을 담당하는 장교)로 복무했다.

전후 소령으로 전역한 나카소네는 내무성에 복귀했다가 28세 때인 1947년 4월 중의원(하원) 선거 당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2003년 정계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내리 20선을 했다.

고인은 특히 1959년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내각에서 과학기술청 장관에 발탁된 것으로 시작으로 운수상·방위장관·통상산업상·행정관리청 장관 등을 역임했고, 1982년부터 5년간은 일본의 제71~73대 총리를 지냈다.

총리 재임기간 ‘전후(戰後·2차 대전 패전 이후) 정치의 총결산’을 주창했던 그는 1985년엔 전후 현직 총리로선 처음으로 ‘군국주의 상징’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해 한국·중국 등 일본의 침략전쟁을 경험한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고인은 이보다 앞선 1983년엔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관계 개선에도 힘썼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재임 중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도 서로를 “론” “야스”라고 부르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의 총리 재임일수는 1806일로 일본의 ‘전후’ 총리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요시다 시게루(吉田茂)·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에 이어 5번째로 길다.

나카소네는 총리 퇴임 뒤인 1989년 일본 최대 정치스캔들로 꼽히는 ‘리크루트 사건’에 연루돼 자민당을 탈당하기도 했지만 2년 뒤 복당했고, 이후엔 정계 원로로서 보수진영의 시각을 대변해왔다.

그러면서도 고인은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담화 발표를 앞두고는 언론 인터뷰와 기고문을 통해 “식민 지배를 당한 민족의 상처는 10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 다른 보수 우익 성향 정치인들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추진 중인 자위대 합헌화 등 헌법 개정 문제에선 ‘찬성’ 편에 서서 ‘신(新)헌법제정의원동맹’이란 단체를 만들어 말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나카소네 전 총리의 아들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根弘文·63)는 현재 집권 자민당 소속의 6선 참의원(상원) 의원이며, 손자 나카소네 야스타카(中曾根康隆·37)도 2017년 자민당 중의원 의원(비례대표)에 당선돼 3대째 정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