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미국정치 이야기 7] 트럼프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회에 이어 현재 공화당의 뿌리를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로널드 레이건은 53세였던 1964년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섰습니다. 그가 했던 연설의 제목은 ‘선택의 시간(A Time for Choosing)’. 지금도 이 연설은 공화당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을 얽매지 않고서는 경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건국의 아버지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경제를 통제해보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정부는 곧바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력과 회유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선택의 시간을 맞았습니다. 사람들은 좌익과 우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오직 상승과 하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뿐입니다. 즉 질서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만끽할 것이냐, 아니면 전체주의라는 개미굴 속으로 떨어질 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민주당을 경제를 통제하기 위해 국민들을 얽매는 집단, 전체주의의 개미굴을 강요하는 좌익과 하락의 정당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또한 공화당은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정당이라고 천명한 것입니다. 특히 공화당이 부당한 세금부과에 대항해 봉기했던 미국 건국 주역들의 이념을 계승한 ‘애국 정당’이라는 이미지까지 부각시켰습니다.

이 연설 직후 골드워터 진영에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인 100만달러의 선거자금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연설로 레이건은 공화당의 희망으로 떠오릅니다. 1967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후 1968년과 1976년 대통령 경선에 나서 선전한 레이건은 결국 3수째인 1980년, 유일한 조지아주 출신 대통령인 현직 지미 카터를 누르고 제40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카터 대통령 임기말 미국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졌고 인플레이션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12.5%였습니다. 대통령 레이건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작은 정부’의 첫번째 덕목인 세금 인하였습니다. 레이건 정부는 1981년 경기회복세금법안을 통과시켜 거의 모든 부문의 세율을 내리고 세목을 크게 단순화했습니다.

두번째 한 일은 일자리 창출입니다. 1982년 고용훈련파트너십법안을 제정, 정부와 민간 부문이 협력해 고용을 창출한 기업에 세금 크레딧 등의 혜택을 주도록 했습니다. 1982년 10.8%로 대공황이후 최악을 기록했던 실업률은 레이건 재임기간중 지속적으로 낮아져 5.4%까지 떨어졌습니다.

경기는 회복되고 일자리는 늘었지만 ‘레이거노믹스’는 심각한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장 심각해진 시기가 바로 레이건 재임 시기입니다. 반대 진영은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면 이들의 소비 증가 등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도 좋아진다는 이른바 낙수경제(trickle-down economy)의 근본적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은 20%로 낮췄지만 최저임금은 레이건 재임시절 단 한번도 오른 적이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후 한 일은 어찌보면 레이건의 복사판이나 다름없습니다. 별나게 보이는 트럼프지만 결국은 그도 레이건으로 대표되는 공화당의 뿌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고 외칠 때, 원래 위대했던 그 때는 바로 레이건의 시대입니다.

대표기자

 

공화당의 영광스런 이름, 레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