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미국정치 이야기 6] 보수주의자의 양심?

지난 회에 이어 현재의 공화당을 만든 사람들에 대해 살펴봅니다./편집자주

 

Republicans think every day is the 4th of July, but Democrats think every day is April 15. – 공화당원은 매일을 7월4일(독립기념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민주당원은 매일 4월15일(세금보고 마감일)이라고 여긴다”

미국 공화당원의 영원한 영웅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공화당의 낙관적이면서도 애국적 성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세금납부 등 국가행정에 불만이 많은 집단이라고 비꼬는 말입니다.

하지만 세금 문제에 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는 사람들이 공화당원들입니다. 세금 부과나 행정규제 등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에는 심각한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간섭을 덜할수록 기업이 경제를 잘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공화당을 한마디로 ‘친기업 정당’이라고 정의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공화당은 그 뿌리부터가 친기업 성향입니다. 원래 보수주의는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의 이상입니다. 영국의 보수주의가 귀족주의에서 태동한 것처럼, 미국의 보수는 산업혁명을 통해 생성된 기업세력의 지지를 받고 자라났습니다.

1854년 창설된 공화당은 남북전쟁 무렵에는 북부 지역 상공업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고, 19세기 후반 제2차 산업혁명 시기에 등장한 대기업들에 많은 특혜를 베풀어 ‘Big Business Party(대기업당)’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20세기초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등장해 노동자와 스몰 비즈니스를 위한 정책을 펴긴 했지만, 곧 대기업과 은행에 대한 ‘사랑’을 되찾습니다.

이 사랑이 지나쳐 결국 경제 대공황을 맞았고, 그 결과 40년 이상 민주당의 기세에 눌려 당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잠깐 희망을 주기도 했지만 의회와 여론은 여전히 민주당 편이었습니다. 이 캄캄한 어둠을 깨고 공화당에 새로운 정체성을 안겨준 인물이 바로 로널드 레이건입니다.

골드워터와 레이건(오른쪽), 그 역사적 만남.

레이건 대통령을 이해하려면 그의 멘토인 배리 골드워터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 회에도 잠깐 언급됐던 골드워터는 1964년 공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린든 존슨에게 참패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패배가 결과적으로 1980년 레이건 대통령 당선의 씨앗을 뿌렸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기록한 책 제목이 ‘영광스런 재난(Glorious Disaster)’입니다.

사실 골드워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 공화당의 이미지는 ‘이념도 없고, 가치관이나 원칙도 없는 반(反)민주당 정치인들의 모임’ 정도였습니다. 골드워터는 공화당이 회복해야할 가치로 ‘진정한 보수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이 원칙이 극단적이어도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반대파는 그를 ‘극우주의자’라고 비난했고, 한국의 극우세력 가운데도 그를 추종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그가 저술한 ‘보수주의자의 양심(The Consicence of a Conservative)’은 현재의 공화당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기독교인인 그는 “보수주의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사상”이라고 규정하고 작은 정부와 이를 위한 규제 철폐, 감세, 시장원리의 중시 등이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책임지는 큰 정부라면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연 1만달러 소득자가 수입의 20%를 세금으로 내는 반면, 10만달러를 버는 사람은 수입의 90%를 납세해야 한다면 이는 공정하지 않다. 나는 성공을 징계하는 정책에 반대한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그는 국가주도의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반대했습니다.

1964년 골드워터의 대선 캠페인 당시 레이건은 대기업 GE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레이건을 발탁한 GE의 리뮤얼 불웨어 회장은 감세와 작은 정부, 반 공산주의 등 골드워터와 같은 신념을 가진 인물로 자신과 사상이 비슷한 레이건에게 사원 대상의 순회 강연을 요청했습니다. 골드워터는 이런 레이건에게 대선 지원연설을 부탁했고 레이건은 기대에 부응하듯 ‘선택의 시간(A Time for Choosing)”이라는 역사적인 명연설을 하게 됩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