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미국정치 이야기 11]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 지는 이유

플로리다 지역의 소규모 트럼프 캠페인. /Facebook

지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자 선거 전문가 가운데 일부는 “앞으로 공화당이 정권을 잡기 힘들겠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의 힘에 놀랐고, 무엇보다 곧 백인들이 마이너리티가 된다는 인구 전망이 이어지면서 공화당의 몰락이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은 영원히 정권 못잡는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2016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낙승을 거둡니다. 전체 투표수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뒤졌지만 주요 전략주에서 대부분 승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인종별 투표결과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승리의 최대 원인은 비(非)도시, 저학력 백인 유권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과 히스패닉 그룹에서 의외의 선전을 했다는 점 2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트럼프는 시골지역을 흝으면서 그동안 투표에 무관심했던 백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냈습니다.

지난 2008년 선거에서 오바마 45%, 매케인 53%의 비교적 균형잡힌 투표를 했던 시골지역 유권자들은 2016년에는 트럼프에 62%, 클린턴에 34%의 표를 줬습니다. 이같은 투표 트렌드는 트럼프가 위스콘신과 미시건 등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히스패닉 표 5%만 빼앗아오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주인 플로리다처럼 히스패닉계가 많은 지역은 이들의 표를 ‘살짝’ 더 받아온 것이 특효였습니다. 지난 2008년 오바마는 히스패닉 유권자 71%의 지지를 받았지만 2016년 클린턴은 66%에 그쳤습니다.

트럼프는 국경장벽 건설, 불체자 추방, 오바마케어 폐지 등 히스패닉계가 싫어할만한 말만 했는데도 오히려 클린턴의 히스패닉 독주를 저지했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제기되지만 개인적으로 종교적 이유가 가장 컸었다고 봅니다. 실제 2008년과 2012년 72%와 75%의 몰표를 오바마에게 줬던 히스패닉 카톨릭이 2016년에는 67%만 클린턴을 지지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히스패닉계는 앞으로도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을 더 좋아할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의 전략은 “히스패닉 표를 조금만 빼앗아오자”는 것입니다. 히스패닉계의 지지율을 5% 정도만 더 올리면 플로리다를 비롯한 경합주(Swing States)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실수하면 다음 대선도 ‘필패’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 캠페인을 플로리다주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상징적인 ‘전략’도 중요하지만 공화당의 히스패닉계 공략은 대부분 세밀한 ‘전술’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벌써 플로리다 주요 지역마다 히스패닉 선거 사무소를 설치하고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운동원들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난해 주지사와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도 충격의 패배를 당한 민주당은 그래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 첫 토론회를 플로리다에서 가진 것 외에는 히스패닉계 공략을 위한 구체적인 선거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선거에 나선 후보가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저 그룹, 혹은 저 동네는 내 지지기반”이라고 믿고 선거운동을 게을리하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미우니 가만히 있어도 나를 지지해주겠지”하고 믿었다가는 내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필패가 확실합니다.

대표기자

2016년 대선 인종별 투표율

 

트럼프를 지지하는 플로리다의 한 히스패닉 여대생.CREDIT TIM PADGETT / WL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