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에 해변에 익은 조개·나무엔 구운 체리

미국 농축산업자들 탄식…나파밸리 포도 ‘직격탄’

기후변화 악영향…”상황 지속되면 식품생산 끝장”

폭염, 가뭄, 산불로 고통을 받고 있는 캐나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염, 가뭄, 산불로 고통을 받고 있는 캐나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상고온 때문에 글로벌 식량공급 체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북미에서는 농축산업자들이 폭염과 가뭄에 한 해를 망쳤다는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나무에 달린 체리가 계속된 고온에 불에 익힌 것처럼 돼버렸다.

해변에 가면 냄새로 즉시 파멸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캐놀라, 밀을 재배하는 밭은 누렇게 시들어버려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캐나다가 자랑하는 체리가 올해는 나무에서 불에 구운 듯 익어버린 데다가 속이 차지 않은 저질 상품이 됐다고 한다.[캐나다 농식품부 트위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캐나다가 자랑하는 체리가 올해는 나무에서 불에 구운 듯 익어버린 데다가 속이 차지 않은 저질 상품이 됐다고 한다.[캐나다 농식품부 트위터 캡처]

축산업자들은 가뭄 때문에 물과 먹이가 사라져 가축을 기를 수 없게 됐다.

우물과 샘이 말라버린 것은 캐나다 100년 농업사에서 전례가 없는 사태다.

폭염과 가뭄에다 설상가상으로 산불도 빈발해 망가지면 회복이 더딘 가축용 목초지가 소실됐다.

축산업자들은 수십년 동안 혈통을 관리해 최상품으로 끌어올린 가축을 도축하는 게 현재로선 이익이라는 계산을 세우고 있다.

한편에서는 농·축산업자들이 서로 최악을 피할 상황을 찾아 망가진 작물을 가축들에게 먹이는 거래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이 올해에 국한되면 식품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데 그치겠지만 장기추세라면 문제가 완전히 다르다.

캐나다 프레이저밸리대 식품농업연구소의 레노어 뉴먼 소장은 “상황이 매년 지속되면 식품생산은 끝장난다”고 말했다.

뉴먼 소장은 식품 생산업자들이 서서히 계속되는 기후변화에 저항하려고 계획을 세웠으나 속수무책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기후변화 모델도 1천년에 한 차례 나타날 법한 올해 여름과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산불에 초토화된 미국 최고의 와인산지 나파밸리[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산불에 초토화된 미국 최고의 와인산지 나파밸리[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에서는 와인 생산업자들의 신음이 들려오고 있다.

미국 최고의 와인을 제조하는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는 작년 11월에 산불에 와인 제조시설이 대거 소실됐다.

시련은 산불로 끝난 게 아니었다.

와인의 원료인 카베르네 포도가 산불 연기 때문에 훼손돼 와인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지난겨울에는 심한 가뭄 때문에 봄까지 저수지가 완전히 말라 새로 작물을 가꿀 수도 없게 됐다.

보험업계가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와인 생산업자들은 새로운 산불 시즌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북미 서부지역을 괴롭히고 있는 폭염과 가뭄의 원인으로는 ‘열돔'(heat dome)이 지목된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더운 공기를 가두는 압력솥 뚜껑 같은 역할을 하면서 기온을 계속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대기의 열을 순환시켜주는 제트기류가 교란되면서 열돔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을 가능성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