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조원태 “불미스러운 일 사죄…가족 화합”

한진가 경영권 갈등 ‘봉합’…”아들 사죄, 어머니 수용”

이명희·조원태 평창동 자택 소란에 공동 사과문 발표

“조 회장 사죄했고 이 고문 수용…유훈 지켜 나갈 것”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명희 고문 집에서 생긴 다툼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심려를 끼쳐 사죄드린다”고 30일 밝혔다.

언론을 통해 가족간 분쟁이 확전되면서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타 세력의 위협을 경계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30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과 이 고문은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지난 크리스마스에 자택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하였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지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성탄절인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 고문 자택을 찾아 이 고문과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입장문 발표를 둘러싸고 언쟁을 벌였다. 이 고문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 누나 조 전 부사장 편을 들었고 이 과정에서 집안 집기 일부가 부서지고 이 고문 등이 팔 부분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 회장을 공식적으로 저격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에서 조 회장을 향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칼을 꺼내 들었다.

이 고문이 조 회장의 사과를 수용한 것은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내년 3월 주주총회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두고 타 세력을 경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고(故)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게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을 마무리하면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 6.49%가 됐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이 고문의 지분율은 각각 6.47%, 5.31%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온 행동주의 토종 사모펀드 KCGI는 최근 1년 새 한진칼 지분을 17.29%까지 확보하면서 세를 확장했다. 우호지분인 가족의 도움 없이는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밖에 델타항공과 반도건설도 아직 노선이 모호한 상황이다. 경영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성명까지 발표한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고, 이 고문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던 반도건설은 6.28%를 보유하고 있다.

<사과문 전문>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립니다.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하였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하였습니다.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