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비오 코로나 백신 한국임상…기대모으는 이유는?

전세계 백신 개발 중 가장 빠른 속도… 예방과 치료 모두 가능해

미국임상 이미 시작, 한국 6월부터…”개발기간 최대한 단축목표”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대표 조셉 김)가 추진하는 ‘코로나19’ DNA 백신 개발에 한국 정부도 지원하기로 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노비오의 해당 신약물질 ‘INO-4800’은 전세계서 가장 빠르게 임상을 시작한 축에 속한다. 특히 약 1종만 투약하면 예방과 치료를 모두 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INO-4800’은 현재까지 임상개발 본궤도에 오른 전세계 백신 후보물질 3개 중 1개다. 나머지 2곳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백신 개발에 나선 중국 캔시노바이오로지칼(CanSino Biological Inc.)과 mRNA를 활용하는 미국 기업 모더나(Moderna)다.

이노비오는 ‘DNA 백신’ 플랫폼 기술을 통해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개발 속도가 빠르고 안정성도 어느 정도 확보돼 한국 정부도 지원하기로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6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 등과 협력해 코로나19 예방 백신 후보물질의 국내 임상1·2상 시험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NO-4800’은 이미 지난 6일부터 미국 임상에 들어간 상태다. 다국가 임상격으로 국내에선 오는 6월부터 임상이 시작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한국 임상1상은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접종해 안전성 등을 분석·평가하고 이후 고령자를 포함한 160명 규모로 임상2상을 곧바로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 임상은 민간공동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690만달러(약 84억원)를 지원한다.

한국 국립보건연구원과 국제백신연구소는 임상에 필수적인 절차인 안전성과 효능 등을 분석·평가할 예정이다. 또 임상을 신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계획 검토 단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업하고 있다.

임상1상이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만큼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투약은 160명이 참여하는 임상2상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어느 정도 치료효과가 보이면서 그때도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면, 임상 규모를 더 늘려 빠르게 더 많은 확진자들이 투약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노비오는 사안이 시급한 만큼 임상2상을 마친 뒤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의 정식 시판허가는 대규모 임상3상까지 완료한 뒤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인정받아야 받을 수 있다.

이노비오는 일단 ‘INO-4800’의 안전성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같은 DNA 백신 플랫폼 기술로 만든 이노비오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예방백신도 이미 국내서 임상1상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이 기술은 바이러스의 예방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고안돼 더욱 주목된다.

‘DNA 백신’ 플랫폼 기술은 작은 원형 유전자인 ‘플라스미드’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부 유전자 그리고 이를 단백질(항원)로 발현시킬 ‘전사인자’를 함께 삽입한 뒤 이를 몸 안에 주입해 면역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다. 면역 T세포는 체내 면역세포들 중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이노비오가 플랫폼 기술로서 DNA를 선택한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다. DNA는 단일가닥인 RNA나 열에 의해 변성이 쉬운 단백질과 달리 이중나선 구조인 만큼 온도 등 변화에도 안정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INO-4800’을 체내 주입하면 면역세포들이 해당 단백질을 인식하게 된다. 이 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과 같지만 독성은 없는 셈이 된다. 그 뒤 실제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면 해당 단백질을 기억해 놓은 면역세포들이 다시 활성화돼 바이러스를 공격하게 된다. 즉 예방 목적의 백신이 된다. 아울러 이미 감염된 사람에게도 ‘INO-4800’을 주입하면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맹공격을 할 수 있어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

조셉 김 이노비오 대표는 지난 2월20일 뉴스1이 주최한 ‘제11회 바이오리더스클럽’ 조찬행사에서 ‘코로나19 신약개발 전략’ 관련 기조발표를 통해 “중국에서 코로나19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한 직후 DNA 백신에 RNA 압타머를 추가하는 작업을 완료했고 여름쯤 미국과 중국 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임상시기는 당시 계획보다 더 빨라진 셈이다.

조셉 김 대표가 말한 ‘압타머’는 단일 유전자 가닥인 RNA 형태로, 표적하는 바이러스 단백질과 결합해 단백질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DNA백신은 이미 검증된 안전한 플랫폼을 사용한다면 신속하게 개발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국내외에서 실시되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후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인체에서 평가되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셉 킴 이노비오 대표가 지난 2월 ‘제11회 바이오리더스클럽’ 조찬행사에서 ‘코로나19 신약개발 전략’ 관련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