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미국을 위한 총상”…차별맞서 웃통벗은 아시아계 퇴역군인

오하이오 중국계 리 웡씨 타운홀 미팅서 ‘증오반대’ 연설 화제

미 육군 20년 복무…”‘미국인 같지 않다’ 들으면 가슴 찢어진다”

아시아계 차별에 맞선 한 아시아계 퇴역군인의 격정적 연설이 온라인에 확산하고 있다.

28일 폭스뉴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주인공은 오하이오주 웨스트 체스터의 선출직 공무원인 리 웡(69).

웡은 지난주 타운홀 미팅에서 인종차별을 주제로 연설하던 중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저는 올해로 69세입니다. 내가 애국심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드리지요. 애국심을 둘러싼 질문들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지요. 여기에 내 증거가 있습니다.”

웡이 셔츠를 위로 들어 올리자 가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 여러 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는 중상의 흔적이 미군에서 복무하던 중에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웡은 흉터를 확실히 보여준다는 듯 청중을 좌우로 둘러보며 “이 정도면 충분히 애국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고 불안해하기 전까지는 돌아다니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내가 이 나라에 얼마나 충성적인지 의문을 제기했고 내가 충분히 미국인 같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웡은 미국 헌법에 모든 사람이 똑같고 평등하다고 적시돼 있다며 누가 우등하고 누가 열등하다고 얘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차별이 횡행하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폭력을 가하는 증오범죄까지 급증하고 있다.

웡은 196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하러 온 뒤 미국 육군에서 20년 복무를 마치고 2005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연설은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시아 증오를 그만두라’는 해시태그(#StopAsianHate)를 달아 웡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웡처럼 경험 많고 충직한 사람이 주장을 위해 영혼까지 까발려야 한다고 느낀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웡은 다수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추가로 털어놓았다.

그는 1970년대에 시카고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얻어맞아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세기 넘게 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살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언어학대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웡은 “식료품 가게에서 아빠와 함께있는 꼬마가 나한테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 식”이라며 “나는 그냥 어린 애라고 웃어넘기지만 애가 누구한테서 그런 것을 배웠겠느냐는 문제가 이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가 충분히 미국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때면 심장이 흉기로 찔린 것처럼 아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웨스트체스터 타운홀미팅에서 인종차별에 맞서 더 포용적 사회를 만들자고 촉구한 아시아계 퇴역군인 리 웡[웨스트체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