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인’ 경찰 책임론 부상

성폭력 진술에도 미적미적…신고에 계부 보복범죄
지난 9일 신고했지만 관할지 이관으로 수사 지연돼

친부모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며 10대 의붓딸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의붓딸을 살해한 30대 계부에 대한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관할지 문제로 사건을 이관하면서 수사가 늦어져 보복범죄가 발생, 10대 의붓딸이 숨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등의 혐의로 A씨(3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에 대한 실질심사는 내일 광주지법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전남 목포와 무안 인근에서 자신의 차량에서 의붓딸인 B양(13)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양의 시신을 싣고 돌아다니다가 광주의 한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씨는 B양이 자신의 친부모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린 것에 대해 화가 나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에 사용한 도구인 끈과 테이프 등을 범행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는 B양과 차량 뒷좌석에 함께 타고 있었고, 차량 트렁크에서 차량 뒷좌석으로 범행도구를 가지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를 이용해 B양을 불러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사전에 준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찰의 대처가 빨랐다면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양은 친부와 계부의 집을 오가면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며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한 30대 계부에 이어 딸의 친모를 공모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사진은 친모가 유치장 입감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경찰이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며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한 30대 계부에 이어 딸의 친모를 공모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친모가 유치장 입감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B양의 친부는 지난 9일 112에 A씨가 딸에게 음란물을 보낸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B양은 12일 경찰 1차 조사에서 A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동보호기관과 국선변호인, 전문가 등과 함께 지난 14일 관련 내용에 대한 진술을 청취했고, 이 과정에서 B양은 성폭력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남 목포경찰서는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기 때문에 전남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하려고 했지만 A씨의 주거가 광주였던 점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 광주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아이가 계부와 같이 지냈다면 함께 관할을 따지지 않고, 관련 내용에 대해 수사를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이와 계부가 분리된 상태였고, 이렬 경우 관할지로 보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광주경찰청으로 사건을 이관했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은 관련 사건을 접수받고 친부에게 핸드폰에 담긴 음란물 등을 달라고 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친부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광주경찰청은 아동보호기관에 관련 내용을 친부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에서 이같은 범행이 일어났다.

광주경찰청의 수사개시가 늦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파일이 넘어오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관련된 증거 등 서류가 넘어와야 진행될 수 있다”며 “서류가 넘어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계부를 조사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던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한 공범으로 B양의 어머니 C씨(39)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와 재혼한 C씨가 B양이 살해될 당시 같은 차량에 탑승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C씨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당초 A씨와 C씨는 B양이 살해될 당시 차량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일부 진술이 엇갈리면서 경찰은 C씨가 범행에 직접적인 가담은 하지 않았더라도 B양이 살해된 시점부터 범행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해 C씨를 긴급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