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내 영웅”…장기이식 미국인 서울서 유족 만나

한국선 법으로 교류금지…”이식자-기증자 교류 이뤄져야”

보건복지부 “이식자의 경우 연락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어”

뇌사판정을 받은 한국인으로부터 장기기증을 받은 미국인이 기증자의 유가족을 만나 감사를 표했다. 장기기증자의 가족과 이식인이 국내에서 만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고 김유나씨의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킴벌리(23·여)와 김유나씨의 어머니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6년 제주도에서 미국 애리조나로 유학을 떠났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김유나씨는 당시 킴벌리를 포함해 6명의 미국인에게 심장,폐,신장,췌장,간,각막 등의 장기를 기증했다. 소아당뇨와 합병증으로 투병하던 킴벌리는 김씨의 장기를 기증받고 생명을 연장했다.

킴벌리는 기자회견에서 “유나는 언제나 내 마음 속 영웅”이라며 “새 삶을 선물해준 유나의 가족들을 만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김유나씨의 장기를 이식받은 다른 이식인들도 김씨의 가족에게 감사편지를 전달했다.

김유나씨의 어머니 이선경씨는 “편지를 읽고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1km를 혼자 걸을 수 있었다는 내용을 알게 됐다”며 “딸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이 큰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장기등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로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인의 만남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날 만남은 김유나씨가 미국에서 장기를 기증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 장기이식법은 유가족과 이식인들간의 연락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식인 측이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교류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무상기증의 원칙이 있는 장기기증에 대해서 기증자측과 이식자가 서로 정보를 알면 좋은 뜻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정보를 알 수 없게 했다”며 “기증받은 사람의 경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텐데 이 부분은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률에 대해 서로 연락을 허하라는 취지의 개정안은 아직 국회 차원에서 발의된 것이 없다.

반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날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자들간의 (간접적) 서신교류가 국내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며 법 개정을 요청했다. 장부순 도너패밀리 부회장은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그저 이식인들이 잘 지낸다는 소식 한 통”이라며 “자식의 장기를 기증한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서신교류를 허용해달라”고 밝혔다.

한국인으로부터 장기 기증을 받은 킴벌리(Kimberly)가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어머니 로레나(Lorena)와 함께 입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