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전망 또 나왔다

미국-이란 드론 격추 공방에 WTI 5.74% 급등

“셰일증산-무역전쟁 탓 오래 안갈 것” 예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무인 정찰기(드론)를 격추한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돌연 철회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유가 100달러’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이란이 미국 해군의 드론을 격추하자 국제유가가 5% 넘게 급등했다. 세계 원유의 30%가 지나는 관문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급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이란과 미국 사이의 전면전이 펼쳐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잇단 충돌에 원유시장이 출렁이자 월가에서는 미국의 제재에 직면한 이란이 경제난에서 벗어나고자 원유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7월물 선물은 전일대비 5.74%로 상승한 배럴당 57.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최대 상승폭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8월물도 같은 날 배럴당 2.63달러(4.25%) 오른 64.4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유조선 피격 사건의 책임론을 둘러싸고 이란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 드론 격추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직접적인 충돌 우려가 크게 부각된 것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야히야 라힘 사파비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이 직접 “페르시아만에서 첫 탄환이 발사되면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며 “고유가는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에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도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전면전 발발시 유가가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유가 폭등 전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모두가 ‘유가 100달러’ 전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닌다. CNBC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미국 셰일업계가 공급(생산)량을 늘리기 때문에 급등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유가가 100달러를 넘던 지난 2011~2014년 상반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완전히 원유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던 때라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란 정부가 미국의 제재와 싸우는 방법으로 원유를 택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3위 생산국인 이란의 원유수출을 ‘제로(0)화’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앞으로의 유가 추이는 ‘공포’가 아니라 주요 에너지 인프라 손상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BC 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는 “전쟁에 대한 공포가 현시점에서 시장에 있는 것 같지 않다”면서 “투자자들은 중동의 에너지 공급에 실질적인 차질이 생길지 관망하며 무역전쟁이나 주요국들 간 보호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세계 최대 석유 정제 및 정유시설인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의 압카이크가 심각한 타격을 받거나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 원유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