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락으로 전세계 금융시장 ‘패닉’

유가 30% 폭락…걸프전 이래 최대 낙폭

글로벌 금융-주식시장 도미노 효과 불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증권시장에 도미노 폭락세가 이어졌다.

◇ 유가 30%대 폭락…걸프전 이래 최대 낙폭

패닉장의 신호탄을 쏜 것은 원유시장이었다. 코로나19로 중국 수요가 급감한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선언하자 유가는 30% 폭락했다. 이에 공포가 전세계 모든 금융시장에 무차별 확산됐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T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30% 넘게 급락한 배럴당 28.1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991년 걸프전 종전 이후 29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 닛케이 6%, 코스피 4% 폭락

이에 아시아·태평양 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6% 가까이 급락하면서 1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호주 S&P/ASX200지수도 7% 넘게 급락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장중 4%대 폭락했고, 뉴질랜드 NZX-50지수도 2.92% 내렸다.

미국 주식 선물은 일일 낙폭 한도인 5%까지 하락했다. S&P500지수와 연계돼 있는 선물 거래 시장이 한도 이하로 급락한 것은 지난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처음이다.

◇ 엔화·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수요 급증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엔화와 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렸다. 엔화는 달러당 101엔대로 약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미 국채금리 가격 역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 재무부 기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239%p 하락한 0.529%, 30년물은 1.028%로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에 반비례한다.

호주증시에서는 특히 대형 에너지주가 30%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세계 4대 원자재기업 중 한 곳인 BHP는 12% 급락, 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외 우드사이드 석유와 산토스, 오일리서치도 각각 17%, 25%, 30% 폭락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충격이 세계 경기둔화 우려와 결합해 ‘자금의 역회전’이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의 동요를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가 미국·유럽까지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2.9% 급락하며 출발한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56.51포인트(2.77%)하락한 1983.71을 나타내고 있다. 2020.3.9/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