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에 쫓겨난 이낙연, 무슨 말 했길래…

이천 물류창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 방문해 유가족과 면담해

이낙연 “일반인 조문으로 왔을 뿐…책임질 수 없는 말 못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합동 분향소를 방문했지만 유가족들의 원성만 들어야 했다.

이 위원장이 전 국무총리였던 만큼 뚜렷한 대안을 가져왔으리라는 유가족들의 기대와 달리, 이 위원장이 “정부 소속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말을 못하고 대신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3일 오후 4시께 ‘이천 화재’ 사고로 숨진 38명의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경기 이천시 청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방문했다.

이 위원장은 엄태준 이천시장과 함께 헌화한 뒤 유가족과 대면해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책이 있느냐” “오시는 사람마다 같은 말만 반복하느냐”라고 묻는 유가족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현직(국회의원)에 없어서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할 위치가 아니다. 다만, 이 말을 국회에 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다른 유가족은 “그래도 전 총리가 오셨다고 해서 들뜬 마음으로 맞이했다. 대안이 있겠지 싶었는데 (다들)똑같은 반응이다”라고 하자 “여러분의 심정은 이해하나 내 위치가 이런 것이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국회에서 화재안전과 관련된 법안이 60건인데 통과한 건수는 불과 4개 밖에 안된다고 지적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서민에게 필요한 법안이 묶여 있다. 국민을 위해서 뽑아준 국회의원 분들이 국회에서 싸우는 동안 우리만 죽었다”고 하소연하자 이 위원장은 “국회의원이 아니라…말은 전하겠다”고만 답했다.

결국 일부 유가족들은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이 위원장의 반응에 화가 나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일반 조문객을 받는다고 해서 왔다”며 “정부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닌 한 조문객으로 온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이 국무총리를 역임했기 때문에 기대했던 유가족들은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대답이 계속되자 ‘나가라’고 하는 등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 유가족이 “대책도 없는데 뭐하러 왔냐. 나가라. 사람 불러놓고 뭐하냐”고 화를 내자 이 위원장은 “내가 불러 모은 것이 아니지 않느냐. 나가겠다”고 말하며 유가족 대기실에서 빠져 나갔다.

한편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1순위인 이낙연 위원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야권은 6일 맹폭을 가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전 총리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 ‘오만한 민주당의 버릇을 잡아놓겠다’고 다짐했는데, 자신도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황 부대변인은 “‘책임 있는 자리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아니다’는 이 전 총리의 말은 유가족을 더욱 분통 터뜨리게 만들었다”며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황 부대변인은 “전직 국무총리로서 반복되는 화재 사고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면, 유력한 대선후보로 회자되는 인물이라면, 21대 국회에서 일하게 될 국회의원이라면 적어도 진정어린 위로와 반성, 성의 있는 답변과 경청으로 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전 총리는 너무너무 맞는 말을 너무너무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하셨다”며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는가”라고 했다.

장 의원은 “의원님이니까 법을 바꿔야 한다”는 유가족의 지적에 이 전 총리가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다”고 한 것, “그럼 왜 왔느냐”는 유가족의 항의에 이 전 총리가 “장난으로 왔겠느냐”고 한 것 등을 언급하며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은 본다.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를 본다”고도 했다.

장 의원은 또 “이 전 총리가 현직 총리 재직 시절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장례식장에서 보인 눈물, 4·3 희생자 추모식에서 눈물을 참으며 읽은 기념사,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보인 눈물을 기억한다”며 “그 눈물들은 현직 총리로서 흘린 눈물이었나 보다. 눈물도 현직과 전직은 다른가 보다”고 비꼬았다.

정우식 민생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전 총리의 알맹이 없는 조문으로 유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이라며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마치 국무총리 재직 시 야당 의원 대정부 질의에서 (했던) 촌철살인의 논리적 답변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정 대변인은 “그동안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한다고 여야를 망라한 유력 인사들의 조문이 얼마나 많았고 역설적으로 유가족들에게 희망고문을 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조문의 순수성을 넘어 정치인들의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유가족과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서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