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코로나 면역 가진 사람도 있었다

“일부 의료종사자, 자체 면역으로 감염 안돼…새 백신 표적 발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에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물리친 면역 원리를 적용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면 백신이 더 장기간 효과를 낼 수 있게 하고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기 같은 질환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이미지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말라 마이니 교수팀은 11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 런던 지역 병원에서 일한 의료 종사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일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기억 T세포는 현재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바이러스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닌 바이러스 복제에 관여하는 복제-전사 복합체(replication-transcription complex. RTC) 단백질에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고위험 환경에 노출된 사람 10명 중 하나는 증상도 없고 PCR이나 항체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며 이들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자리를 잡기 전에 면역체계가 작동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불발감염'(abortive infection)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과거 경험으로 체내에 형성돼 있던 기억 T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침투로 활성화돼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감염 초기에 신속하게 바이러스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기억 T세포가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있는 복제-전사 복합체를 표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백신을 개발하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발생해도 백신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기 같은 질환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 교수는 “이 T세포 연구 결과를 적용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면 코로나19 중증 예방뿐 아니라 감염 자체를 막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런 백신은 새로 발생하는 변이를 인지하는 능력도 더 뛰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레딩대학 알렉산더 에드워즈 교수는 “이 연구는 다른 종류의 백신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며 “이 연구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백신들을 개발할 수 있는 더 큰 발전을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