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의 슬픔’ 비닐봉지 쥔 노인 시신 길모퉁이에

“길거리에 시신 가득” 루머…AFP통신 르포로 일부는 사실로

마스크를 쓰고, 한손에 비닐 쇼핑백을 꼭 쥔 한 노인이 거리에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다. 노인의 시신은 한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행인들도 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 암울한 광경이 봉쇄된 도시 중국 우한 거리의 현재 모습이다. 지난 30일 오전 AFP통신 기자들은 문이 닫힌 한 가구점 앞에 똑바로 누워있는 시신을 목격하고 그후 2시간 동안의 일을 기록했다.

노인을 목격한 지 얼마 후 전신보호복을 입은 경찰과 의료진을 태운 구급차가 달려왔다. 의료진은 푸른 담요로 시신을 감싼 채 일단 두었고 구급차는 떠났다. 경찰은 누워있는 노인 시신이 안보이게 종이 상자를 쌓았다.

AFP통신은 60대로 보이는 이 남성이 왜 사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후 경찰과 현지 보건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행인들은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로 사망했을 것으로 보았다. 한 여성은 “끔찍하다”면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로 죽었다”고 말했다.

노인의 옷매무새는 단정했고 무엇인가를 산 후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갑자기 죽음을 맞은 듯했다.

사망한 노인이 발견된 장소는 바이러스 유증상자를 치료하기 위한 핵심 병원 중 하나인 우한 6번 병원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그후 노인을 어딘가로 옮기기 위한 흰색 승합차가 도착했다. 이 승합차는 차창이 검게 칠해져 있었다. 의료진은 시신을 노란 수술용 백에 넣은 후 지퍼를 단단히 잠갔다. 그후 들것에 올려 승합차에 실었고 차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30일 중국 우한시의 폐쇄된 한 가구점 앞에 방치된 노인의 시신. © AFP=뉴스1
자전거를 탄 행인이 시신을 지나치고 있다. © AFP=뉴스1

그동안 SNS를 통해 우한 거리에 시신이 널려있다는 ‘루머’는 파다했다. 대부분은 기성 언론은 이를 루머라고 일축했었다. 그러나 세계적 통신사인 AFP가 이를 보도함에 따라 루머가 사실임이 증명됐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인구 1100만에서 절반이 빠져나간 후 폐쇄된 우한시에는 이처럼 슬픔과 고통이 가득했다. 시민들은 봉쇄가 끝나기를, 그리고 치료법이 발견되기를 기다리면서 기약없이 버티는 인생을 살고 있다.

우한의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의사를 보기 위해 이틀 동안이나 줄을 서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의자를 가져와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

대중교통수단도 대부분 끊겨서 어딘가를 가려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야한다고 AFP는 현장 소식을 전했다.

30일 중국 우한 시 한 가구점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노인의 시신을 발견하고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30일 중국 우한 시 한 가구점 앞의 시신을 의료진과 행인이 바라보고 있다. © AFP=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