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들 트럼프 재선 대비…”두 번 바보 안된다”

“2020년 이후 대비한 계획 수립중”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전세계 촉각

 

각국 외교관들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18일 보도했다.

제라를 아로드 전 주미 프랑스 대사는 “2016년 때는 아무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거라고 믿지 않았다”며 “사람들은 두 번 바보되기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각국 외교관들 중 아무도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세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며 그가 △현직 대통령이고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민주당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라이벌이 될 만큼 압도적인 선두주자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미 해외 대사관들은 2020년 대선 이후를 대비한 계획을 짜는 중이다. 한 아시아계 대사는 워싱턴에 있는 모든 대사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고 난 후를 기반으로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을 비롯해 각국에 관세를 올리겠다고 위협하며 무역적자 해소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일부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더라도 향후 몇년간은 관세를 높이는 보호무역 정책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 외교관은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선 후보 주자들도 다른 나라와 무역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트럼프 대통령과 많이 다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중들이 느끼는 대로 반응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고 2020년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국과 무역 협상을 체결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관세를 계속 부과하자 양보하는 것을 점점 꺼려왔다.

이란 정부도 2020년 대선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새로운 핵협상을 벌이는 것을 꺼리고 있다. 북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도 했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진전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톰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 분석가는 “대부분의 해외 정부들이 미국과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확실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2020년 대선에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한 유럽연합(EU) 외교관은 “미국과 EU는 더 이상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는 동맹군이 아니다”며 “미국에게 EU는 중국의 손아귀로부터 쟁취해야 할 시장이 됐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누가 정복할 것인지 중국과 미국이 양자대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교관은 2020년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하느라 바빠지게 되면 외교 정책에 관심을 덜 기울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외교 정책을 이용해 선거에서 주목받으려고 했던 역대 대통령 사례에 비춰보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예측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항상 (그의 행보에) 놀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