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셧다운 장기화에 부품업체 고사위기

코로나발 ‘수요절벽’ 본격화…현대모비스·위아도 폐쇄

“부품사·완성차 업체에 10조원 이상 정부 지원” 촉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한국 부품업체들에도 셧다운 불길이 옮겨붙었다.

거의 모든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수요절벽’에 따른 연쇄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지아와 앨라배마주에 대거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들이 고사위기에 놓여 정부의 지원대책을 주시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모닝을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 공장이 지난 6일부터 가동을 중단하면서 부품을 공급해온 현대모비스 서산 모듈 공장과 현대위아 평택 엔진 공장도 연쇄적으로 셧다운에 들어갔다.

동희오토는 기아자동차의 경차인 모닝·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로 충남 서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한 모닝 물량 70% 이상을 유럽 등으로 수출해왔지만, 수요절벽이 현실화되면서 휴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업체의 1차 협력사들은 수요절벽과 공급절벽을 동시에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량을 조절하기 위해 다른 차종도 생산량을 줄이게 될 것”이라며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품 업계에 불어오기 시작한 구조조정 칼바람도 심상치 않다. 만도는 국내외 공장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전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약 3주간 시행하고 있다. 90여명이 근무 중인 강원 원주시 주물공장에 대한 외주화도 추진 중이다.

만도는 지난해 중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 임원을 20% 이상 줄이고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이 확산하자 부품업체에서 선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만도는 희망 퇴직자에게 퇴직금과 별도의 특별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다. 위로금은 잔여 정년과 회사 기여도에 따라 5000만~3억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사측은 전체 생산직 2000여명 중 10%가량이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1위 차량 베어링제조사인 독일 셰플러그룹의 한국법인 셰플러코리아도 지난 6일부터 오는 24일까지 1977년 이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해외 공장에 이어 국내 공장도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부품업체들부터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달 중국산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부족 사태로 발생한 국내 공장 도미노 셧다운 사태가 이번엔 유럽산 부품 수급 부족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실제 쌍용차는 유럽산 부품공급 부족으로 평택 공장이 순환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국내외 수요위축과 해외공장의 가동중단 등으로 지난달 매출이 20~30%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 4월부터 매출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협회는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의 생존을 위해 법인세 등 세금 납부 유예와 유동성 공급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연쇄 타격을 막기 위해 완성차 브랜드에 7조원가량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15조2000억원 이상의 자동차 수출 금융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보호하려고 했던 자영업, 중소기업 등 내수업종을 위해서라도 수출업종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유동성 공급확대를 위해선 부품사와 완성차업체에 총 32조원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희오토 서산공장 전경(동희오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