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코로나 백신, 이르면 9월 양산”

세계 최대 백신제조사 인도 세럼 “무조건 생산 돌입”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이르면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규제당국의 긴급 승인이 있으면 최초 수백만회분의 백신을 9월까지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세계 최대의 백신제조업체인 인도 세럼 인스티튜트(Serum Institute)가 해당 백신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대량생산을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현재 연간 15억개 이상의 각종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세럼사는 “9월 이전에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끄는 세라 길버트 교수는 백신의 성공 여부에 대해 “80% 자신감이 있다”며 “폭넓은 인구에 사용하기 전 백신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데 효과가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길버트 교수의 말이 현실화될 경우, 백신 개발에 진전을 이룬 전 세계 10개 연구팀보다 최소 몇 달 앞선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약 18~24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해 왔다.

지난 23일 임상실험을 시작한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와 같은 계열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대상으로 한 지난해 실험에서 백신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용 제품 [로이터=연합뉴스]
이 때문에 다른 연구팀들이 수백명 수준의 소규모 임상실험에서 시작해야하는 반면, 옥스퍼드대는 다음 달 말까지 6000여명이 참가하는 임상실험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지난 23일 자원자 2명에게 첫 인체 투여를 시작한 연구팀은 1차로 영국 전역의 1100명에게 시험을 실시한다.

이들이 개발 중인 백신은 ‘ChAdOx1’로, 코로나바이러스 DNA를 체세포에 투입하는 근육 내 주사 방식이다. 일단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성공한 상태다. 지난달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자들이 코로나19에 걸린 6마리의 원숭이에게 옥스퍼드 백신을 접종한 결과 코로나바이러스에 접촉하고도 모두 감염되지 않았다.

한편 옥스퍼드대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한 과학자가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자, 본인이 직접 나서서 ‘생존 신고’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처음 백신을 투여받은 2명 가운데 1명인 미생물학자 일라이자 그러나토 박사는 자신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되자 “잘 지내고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고 일간 가디언이 26일 보도했다.

그러나토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자기 죽음에 대한 가짜뉴스만큼 잠에서 깨기 좋은 건 없다”는 농담과 함께 “난 잘 지내고 있다”며 밝혀 오해를 불식시켰다.

영국 보건부도 “백신 임상시험에서 첫 자원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온라인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임상시험에 자원한 영국 미생물학자 엘리자 그러나토 박사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