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11월 테이퍼링 예고…금리인상 시간표 앞당겼다

파월, 다음 FOMC 때 나올 가능성 언급

연준 위원들, 내년 금리인상 전망 무게

제롬 파월 연준 의장[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오는 11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가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제로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금리인상 시점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

테이퍼링은 통상 금리인상의 준비작업으로 해석된다. 연준이 이를 곧 시작해 내년 중반에 마무리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함에 따라 통화정책 정상화를 향한 전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지난 6월 FOMC 당시의 7명에서 2명 늘어난 것이다. 6월에는 18명 중 13명이 2023년 금리인상을 예상했었다.

현 수준의 제로 금리가 2023년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답한 위원은 6월 5명에서 이번엔 1명으로 줄었다. 6월에 이어 9월 회의에서도 금리인상 시점 전망이 전반적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연준은 금리인상의 준비작업이나 다름없는 테이퍼링에 대해서도 곧 시작될 수 있다면서 좀 더 구체화한 입장을 제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점진적 테이퍼링을 내년 중반께 마무리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데 위원들이 일반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기 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첫 번째 움직임을 설명하면서 테이퍼링이 “다음 회의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11월 2∼3일 예정된 FOMC 정례회의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필요하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고, 또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 초읽기에 착수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파월 의장이 올해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진전되면 올해 안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한 것보다 한 걸음 나아간 언급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11월 2∼3일 예정된 다음 FOMC에서 테이퍼링 착수가 공식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르면 11월 FOMC에서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봤다.

TD증권의 미국 거시 전략 총괄인 짐 오설리번은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곧’이 11월을 뜻한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면서 “이전 주기보다 꽤 앞당겨졌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이 같은 발표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경제회복 둔화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가능성 등에 따른 우려에도 물가상승이 예상보다 지속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 토대를 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회복 및 원자재·인력 공급 차질이 맞물리면서 물가상승에 전반적으로 압력이 가해진 상황을 더는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판단일 수 있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6월과 7월 30년 만에 최대폭의 상승을 기록했으며 물가상승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다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고용회복세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은 테이퍼링 시점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달 초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비농업 일자리는 시장전망치의 3분의 하나도 안 되는 23만 5천개 증가에 그쳤다.

다음 달 초 발표될 9월 일자리 실적이 6월과 7월 수준으로 크게 개선될 경우 11월 테이퍼링 착수도 가능할 수 있다.

테이퍼링을 거쳐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 따른 초완화 정책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 바뀌는 셈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현실화하면 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의회에 부채한도를 시급히 상향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채무불이행 사태에 대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부채한도가 시의적절하게 상향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