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검찰, 한국 기업은행에 8600만불 벌금

‘대 이란 제재 위반’…기소는 2년 유예

“은행비밀 보호법(BSA)상 중죄 인정”

한국 IBK기업은행이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위반혐의 사건과 관련해 미국 연방 사법당국에 8600만달러(약 1049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은 20일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 “기업은행이 지난 2011~14년 뉴욕지점에서 자금세탁 방지에 관한 은행비밀보호법(BSA)상의 중죄를 저지른 혐의를 인정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당시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이란을 대신해 중개무역을 하던 케네스 종은 기업은행 뉴욕지점의 원화 결제계좌로 받은 수출대금을 위조한 대리석 타일 수출계약서와 송장을 이용해 미 달러화로 인출, 해외의 이란 관계자들에게 송금했다.

로이터는 이런 방식으로 ‘불법 이체’된 자금이 총 10억달러(약 1조22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뉴욕 맨해튼 연방지검의 제프리 버만 검사는 “미국 내에서 영업을 하는 은행은 테러를 조장·촉진하거나 테러에 관여한 제재대상이 은행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안전장치를 구축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합의에 따라 벌금 8600만달러 중 5100만달러(약 622억원)는 미 검찰에, 나머지 3500만달러(약 427억원)는 뉴욕주 금융감독청에 납부해야 하고 고객 실사와 관리감독 개선도 이행해야 한다.

다만 미 검찰은 기업은행에 벌금을 부과하는 대신 기업은행 뉴욕지점에 대한 기소는 2년 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케네스 종은 지난 2016년 12월 대이란 제재 위반과 불법 자금세탁 등 모두 47건의 혐의로 미 검찰에 기소됐으며, 2018년 말 한국 법원으로부터 세법 관련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수감 중이다.

케네스 종의 아들 미첼 종 또한 같은 혐의로 미 검찰에 기소돼 30개월의 징역형과 1만달러(약 12220만원)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미 검찰은 케네스 종 부자와 이란 국적자 3명 등 모두 5명이 대이란 제재 위반과 자금세탁 등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뉴욕지점은 1990년 영업 허가를 받았으며, 작년 6월 말 현재 1억8000만달러(약 2196억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도 “기업은행의 한·이란 경상거래 관련 원화결제업무 수행 및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의 적절성 등에 관한 미 정부기관들에 의한 조사가 모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개선·강화했고, 뉴욕주 금융감독청도 합의서에서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지난해 감사 결과 적절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명시했다”며 “합의금 전액은 2019년 말 재무상태표에 이미 충당금으로 반영돼 있어 향후 추가적인 재무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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