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짧았던 하루 ‘2022년 6월 29일’…이유는

지구 자전 속도 빨라지며 1.59밀리초 단축…”체감할 정도는 아냐”

“사상 처음 1초 빼는 음의 윤초 적용할 수도”…1초씩 27번만 더해

아폴로 17호가 1972년 12월 7일 찍은 지구의 모습
아폴로 17호가 1972년 12월 7일 찍은 지구의 모습 [항공우주국 제공]

과학계에서 원자시계로 지구 자전 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로 올해 6월 29일(협정 세계시 기준)이 ‘역사상 가장 짧은 하루’로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6월 29일의 지구 자전 주기는 일반적인 24시간(정확히는 23시간 56분 4초)에서 1.59 밀리초가 단축됐다.

1밀리초는 1천분의 1초로, 사람이 알아챌 정도의 시간은 아니다.

그 효과는 미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영향력이 축적될 수 있다.

특히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에는 잠재적으로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학계에서 이 상황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2020년 이전까지는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 외려 수 밀리초 길어진 하루가 더 잦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평소보다 짧아진 하루를 만드는 원인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우선 ‘챈들러 요동’이라고 불리는 미스터리한 현상이 거론된다.

챈들러 요동은 한마디로 지구 자전축 변화를 뜻한다. 축 변화로 지구가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원리다. 다만,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학계 일각에서는 챈들러 요동 현상이 최근 몇 년 간 적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모스크바국립대 레오니드 조토프 박사는 “흔들림 진폭은 일반적으로 지구 표면 기준 3∼4m 정도”라며 “하지만 2017∼2020년에는 그 진폭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짧아진 하루’가 이 챈들러 요동 부족 현상과 연관 있다고 보고 1∼5일 열리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구과학학회(AOGS) 학술대회에서 관련 이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후위기현장을 가다] 유실을 막기 위해 천막을 씌워 놓은 알프스 빙하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역 발레주의 론 빙하에는 햇빛을 반사해 얼음의 소실을 막기 위한 흰색 천막이 덮어져 있다.

기본적으로는 태양과 달의 조석력, 지구 핵과 맨틀 간 상호작용 등에 따라 지구 자전 속도가 달라진다는 게 학계 정설이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높은 고지대의 얼음과 눈이 녹아 자전 속도가 빨라진 것 아니냐는 가설도 나오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소개했다.

짧아진 하루는 ‘윤초’에 대한 관심도 키우고 있다.

윤초는 세슘 동위원소(원자번호 133) 진동수(초당 91억9천263만1770회)를 기준으로 삼는 ‘원자시’와 실제 지구 자전에 의한 천문시 사이 오차 때문에 생긴다.

이 차이가 0.9초 이상이 되면 국제지구자전-좌표국(IERS)이 윤초를 발표한다. 이론적으로 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지면 음(-, 1초를 뺌)의 윤초, 속도가 느려지면 양(+, 1초를 더함)의 윤초를 하게 된다.

윤초는 1972년 처음 도입된 이래 2017년까지 총 27차례 시행됐다. 모두 1초를 더하는 양의 윤초였을 뿐, 음의 윤초가 시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지구 자전 속도가 빨라진 최근의 현상을 고려할 때 사상 최초로 하루에서 1초를 빼는 음의 윤초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영국 같은 국가는 반대하고 있지만, 아예 천문시를 고려하지 않고 원자시에만 의존하자는 국제사회 움직임도 있어서 윤초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