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한인사회는 한국 외교 사각지대?

[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105호

한국 외교부 장재복 공공외교대사가 이끄는 미국 남부 방문단이 어제 애틀랜타를 찾았습니다. 이번 방문단의 인적 구성이나 시기 등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지만 오늘은 다른 지적을 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지난 14일 텍사스 댈러스에서 한인동포 간담회를 갖고 휴스턴을 거쳐 애틀랜타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휴스턴에서도 세미나를 연다고 했는데 휴스턴 총영사관이나 현지 언론에 아무 업데이트가 없어 어떤 세미나를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행사는 총영사관이 후원하고,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가 테이블 2개를 협찬한 오찬 행사였는데 주류사회 인사들을 겨냥해 영어로 진행됐고 장소도 피드몬트 드라이빙 클럽이라는 사교클럽이었습니다. 물론 한인타운에서는 찾아오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 명칭의 행사는 보름전에도 열렸습니다. 역시 총영사관이 후원하고 민주평통이 테이블을 협찬한 ‘한반도 평화 전망 세미나’로 역시 한인타운과는 먼 총영사관 바로 옆 커머스 클럽에서 개최됐습니다.

매우 비슷한 명칭과 성격의 주류사회 대상 행사가 왜 한달에 2차례나 열리는지 궁금했고, 왜 이런 행사를 비싼 예산을 들여 소수의 인사만을 초청해 진행하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AJC 등 주류 언론이 취재해 미국사회 일반에 알리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무엇보다 댈러스에서는 “동포사회가 공공외교의 주체”라고 추켜세우며 한인 인사들을 불러놓고 간담회를 열고, 이틀 뒤 열린 코리안페스티벌까지 참석해 한인들이 주도하는 문화 외교를 강조하던 대사가 왜 애틀랜타에 와서는 평통 위원들 외에 한인사회 인사는 한 명도 만나지 않고 돌아가는지가 가장 큰 의문입니다.

장재복 대사는 어제 저녁에는 한인 차세대 모임인 KAC 애틀랜타의 커뮤니티 교류행사(총영사관 후원)에 참석해 연설을 했습니다. 하지만 총영사관이 이 행사를 후원하는 것을 놓고 KAC 임원들간에 이견이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원탁회의(community round table)라는 행사의 취지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AJC(신문사가 아니라 애틀랜타 유대인 커뮤니티) 등 지역내 다른 커뮤니티와 교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에 한국 외교부가 슬쩍 숟가락을 얹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KAC 관계자는 “정부기관이 후원할 경우 참석자가 더 많아지고 한국에 대해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총영사관의 제의를 수락했다”고 전했습니다. KAC의 넓은 아량 덕분에 방문단과 총영사관은 “한인 차세대들과 스킨십을 갖고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알렸다”고 홍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틀랜타한인회에 현재 많은 문제가 있고, 민주평통 외에는 믿을 만한 한인단체가 없다는 총영사관의 고민을 잘 압니다. 아마 만나게 해줄만한 한인사회 인사들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민간 차원의 공공외교를 강조하는 한국 외교부의 공공외교대사가 한인사회를 방문도 하지 않았다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대표기자

 

KAC 애틀랜타 커뮤니티 원탁회의 참석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