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울린 ‘그 소녀의 이야기’

평화의소녀상 2주년 기념오페라 ‘감동의 40분’ 선사

짜임새  있는 스토리, 수준높은 공연에 “가슴 먹먹”

 

공연시작 5분후부터 계속 티슈로 눈을 훔치는 70대 여성, 무대가 더 잘보이는 통로쪽으로 의자를 당기는 젊은 커플, 눈물을 숨기려 종이나비가 매달린 천장을 올려다보는 중년 남성..

지난 28일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열린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 2주년 기념 오페라 ‘그 소녀의 이야기’ 객석의 모습이다. 오후 6시30분 기념식에 이어 7시10분 시작된 공연은 한인회관 문화공간을 가득 채운 300명의 관객들에게 ‘가슴 먹먹한’ 감동을 안겨주고 막을 내렸다.

관객들은 일제 강점기 말못할 고통을 당한 소녀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기념공연답게 감동과 교훈을 전해준 무대라고 입을 모았다. 위안부로 끌려간 마을 친구인 영자와 점례가 시공과 죽음을 뛰어넘어 2017년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포옹하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선 객석 곳곳에서 숨죽인 탄식이 터져나왔다.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김지연, 윤현지 소프라노가 기획 및 제작을 맡고 각각 점례와 영자역으로 출연한 이 ‘메이드 인 애틀랜타’ 오페라는 소녀상 문제를 문화공연으로 접근한 최초의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이재선 작가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작곡, 출연진의 수준높은 작품 소화력이 어우러지면서 “더 큰 무대에서도 통하겠다”는 자신감을 준 공연이었다.

공연을 주최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김백규 위원장은 “세대를 넘어 소녀상으로 대변되는 인권존중 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문화공연이라는 형식을 선택했다”고 인사말을 통해 밝혔다. 공연장에는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와 젊은 부부, 80대 시니어가 함께 자리해 이러한 의도를 더욱 빛나게 했다. 자라 카린샤크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막이 내린 뒤 “영어 가사를 자막으로 보여줘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면서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뛰는 보기 드문 공연이었다”며 자신을 초청해준 한인사회에 감사를 전했다.

특히 영자역의 윤현지 소프라노는 이날 공연을 위해 치렁치렁했던 머리를 소녀상의 모델처럼 짧게 자르고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 장면,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자신을 찾아온 옛 동무 점례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소녀상의 ‘그 소녀’는 그래서 더욱 감동을 줬다.

막이 내리며 문화공간 2층 한편에서는 프라미스한인교회 어린이합창단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70여년전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소녀들을 위로하는 그 노래 위로 수많은 노란 종이나비들이 객석에 비처럼 내리면서 감동의 무대는 기립박수와 함께 마무리됐다.  ▶관련 화보

이상연 대표기자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에서 다시 만난 옛 동무 점례와 영자.
자신을 겁탈하려던 일본 군인을 죽인 뒤 공포에 빠진 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