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스토리] 1. 마틴 루터 킹 초상화 작가는 한인

주의사당에 전시된 작품, 고 정호은 화백이 그려

전쟁 고아, 독학으로 배운 그림통해 외로움 이겨

핍스 플라자서 갤러리 운영…유명인사들이 단골

 

이민 50주년을 지난 미주에서 3번째로 큰 규모로 성장한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애틀랜타 다운타운에 소재한 조지아주 의사당 로비에는 조지아주가 자랑하는 주요 인사들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초상화이다.

그런데 킹 목사의 초상화는 다른 그림보다 최근인 2006년 완성된 것이다. 원래 다른 그림이 걸려 있다 나중에 교체된 것이데 지금 전시된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다름 아닌 한인 고 정호은 화백이다. 정 화백은 당시 벅헤드의 핍스 플라자 쇼핑몰에서 ‘정 아트 갤러리’를 운영했는데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그렸고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그의 단골손님이었다.

킹 목사의 초상화 외에도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걸려있는 윌리엄 하츠필드와 메이너드 잭슨 전 시장의 초상화도 정 화백의 작품이다. 애틀랜타 공항의 정식 명칭이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이니 애틀랜타시와 공항을 상징하는 인물 2명 모두를 한인 화가가 그린 것이다.

원래 걸려있던 킹 목사의 초상화가 교체된 이유는 킹 목사의 가족과 추종자들이 “킹 목사와 닮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 결국 애틀랜타에서 초상화를 가장 잘 그리는 화가를 수소문한 결과 정 화백이 낙점된 것이다.

애틀랜타를 방문한 달라이 라마의 초상화와 노벨상 수상자 데즈먼드 투투 주교의 초상화도 정 화백에게 맡겨졌다. 또한 고인이 운영하던 정 아트 갤러리에 걸려있던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초상화를 보기 위해 노신사 1명이 매일 갤러리를 찾았다는 일화도 있다.

놀라운 것은 고 정 화백이 제도권 미술 교육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 6.25 전쟁고아인 정 화백은 외로움과 싸우기 위해 그림을 그렸고 극장 간판을 그리는 직업을 갖기도 했다. 월남전 참전후 미국으로 이민해 LA와 뉴욕을 거쳐 1983년 애틀랜타에 정착한 고 정 화백은 평생 초상화를 그리다 지난 2012년 영면했다.

애틀랜타 성 김대건 한인천주교회에 출석했던 고인은 성당에 걸려있는 ‘한국천주교 103위 성인’ 작품을 완성해 성당에 봉헌하기도 했다. 고인은 또한 조지아산악회의 주축 멤버이기도 했다. 고 정화백의 성당 교우인 앤디 김 코만그룹 대표는 “한인이나 한국 관광객들이 조지아주 의사당에 가면 꼭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초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주의사당에 전시된 고 정호은 화백의 마틴 루터 킹 초상화
지금은 사라진 정 아트 갤러리 전경. /Credit: Naver Blogger SERART
예전 정 아트 갤러리에 걸려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초상화 /Credit: Naver Blogger SERART
정호은 화백의 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