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단상] 오페라 ‘그 소녀의 이야기’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는 원로배우 김복희씨의 글을 [애틀랜타 단상] 이라는 제목으로 정기 게재합니다. 수도여고와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현 중앙대)를 졸업한 김씨는 1954년 연극 《춘향전》으로 데뷔한뒤 기독교방송 공채성우, 탤런트, 영화배우 등으로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 1세대 배우입니다. /편집자주

배우 김복희

일본군은 가난한 시골 소녀들에게 일자리와 공부할 기회를 준다며 중국에 있는 일본군 주둔지로 끌고 가 위안부를 삼았다.

애틀랜타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위안부 ‘점례’ 할머니가 자기 때문에 일본군을 죽인 ‘영자’를 떠올리며 소녀상에 엎드리며 부르는 점례의 아리아 “영자야 내가 왔다, 영자야~”

아직도 슬픔에 잠겨 어제의 오페라 ‘그 소녀의 이야기’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오페라가 끝나면 인터뷰를 하자는 어느 기자에게 눈 화장이 지워지고 엉망인 꼴이 부끄러워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훌륭한 공연이었다. 좀 더 나은 무대에서 재공연을 하기 바란다.

옛이야기로만 넘기면 안된다. 일제말기에 나는 10살이었다. 애틀랜타를 방문한 위안부 영화제작 감독에게 “나는 그때 열살이어서 안전했어요” 그랬더니 “10살 소녀들도 있었어요”라고 해 깜짝 놀랐었다.

기운 빠진 이 나이에도 위안부를 생각하면 슬퍼서 분노가 솟는다.

<소녀상>

치마저고리 네 모습

울부짖었던 밤 들

쇳덩이에서도

심장 타는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