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단상] ‘복구’

배우 김복희

창밖에 외로운 미국노인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모습을 한참 보다가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나며 옛날 ‘복구’를 떠올렸다

결혼 후 첫 선물로 시아버님이 진돗개를 사오시면서 내 이름을 따서 ‘복구’라고 이름을 지으셨다. 남편은 강아지를 너무 좋아해서 퇴근하면 바로 뒷동산으로 운동을 시키러간다.지금은 그곳이 대형아파트촌이 되었지만60년 전엔 노량진 시댁 뒤에 동산이 있었다.

1957년 남편이 미국유학 가서도 편지 끝엔 빼놓지 않고 ‘복구’소식을 물었었다. 나 혼자 아들을 키우는데 ‘복구’는 애기 냄새가 좋은지 애기를 보면 얼굴을 비벼 대니 상체기를 낼 것만 같아 매일 걱정을 하다가 애기를 다리고 시아버님 허락도 없이 친정으로 갔다.

‘복구’가 우리를 얼마나 찾을까 생각하면서도 형편이 함께 살 수는 없었다. 얼마 후 시아버님께서 ‘복구’를 친구분 댁에 주셨다는 얘기를 듣고 ‘복구’가 보고 싶어 애기를 업고 종로 3가 지인 댁 큰 대문 앞으로 갔다.

대문 안에 묶여있던 ‘복구’는 내가 문 앞에 온것을 것을 느끼고 껑충껑충 뛰며 낑낑 거리는 것이다. 안에서 사람이 나와서 ‘복구’를 만나게 해 주었다.오랜만에 만나는 ‘복구’는 나를 보자 너무 반가워 꼬리를 흔들며 내 얼굴을 계속 핥으며 애기에게도 애무를 한다.

‘복구’를 보니 미국 간 남편이 더 그리워 눈물이 났다. ‘복구’ 눈에도 눈물이 난다. 살이 좀 빠지고 배가 빨갛고 상처투성이다. 시맨트 바닥에서 살고 있으니 피부병이 생긴 것 같다. 불쌍하기만 하다. 시아버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훌륭한 ‘복구’집은 보이지 않는다. 전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어떻게 하면 다시 데려올 수 있을까 궁리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지금 같으면 미국유학중인 남편에게 ‘복구’와의 이별을 알리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어리고 철없어서 ‘복구’를 만나고 와서 슬픈 마음을 편지로 알렸다. 놀란 남편은 시아버님께 따로 편지를 보냈다. ‘복구’를 다시 찾아오시라며 귀국해서 ‘북구’를 키울 것이라 했다고 한다.

그 후 시아버님의 호출을 받고 시댁으로 가니 내가 손자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 것부터 꾸짖으시며 왜 ‘복구’를 남에게 주었다는 얘기를 알린 것이냐며 힘들게 공부하는데 걱정 시켰다며 어린 며느리를 나무라셨다.

친정에선 단 한 번도 부모님께 꾸중을 듣지 않고 컸는데 시아버님께 그런 말씀을 들으니 너무 서운해서 한참을 울었다. 이제 생각하니 별것도 아닌데… ‘복구’같은 영리한 진도개는 미국에 없겠지 ….그냥 처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