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전, 애경·현대산업개발·KCGI ‘3파전’

SK 한화 GS 등 대기업은 불참…흥행 성공할까

이동걸 산은 회장, 흥행 자신불구 기대 못 미쳐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예비입찰에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애경그룹,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SK·GS·한화 등 대기업들이 불참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다소 김이 빠진 모양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이 이날 오후 2시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는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KCGI 컨소시엄, 애경그룹 등이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매각 주관사 CS증권은 일주일 안에 최종후보군(쇼트리스트)을 추리고 실사 등을 거쳐 10~11월 중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12월 중 주식매매계약 등 연내 매각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공개적으로 매각 의사를 밝힌 세 곳이 예상대로 참전했지만 막판 기대를 모았던 국내 대기업의 ‘깜짝’ 입찰은 없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확정될 당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SK·한화는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참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GS그룹은 에너지·정유 관련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시너지를 기대하고 항공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관측됐으나 끝내 발을 뺐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KCGI 컨소시엄, 애경그룹 등 3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전략적 투자자(SI)인 현대산업개발을 뒷받침한다.

애경그룹은 자회사인 제주항공과의 시너지, 항공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해 일찍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였다. 애경그룹은 금융권에서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단독 입찰할 것으로 보인다.

KCGI도 항공업에 깊은 관심을 가진 만큼 확고한 인수 의지를 갖추고 있다. 강성부 KGCI 대표는 뉴스1에 “국내외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고민하는 많은 기업들,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항공사·물류·항공기리스·IT 등 다양한 업종의 시너지 투자자(synergy investors)들과 함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예비입찰에서 복수 원매자가 나타났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발표 당시 뜨거웠던 관심에는 다소 못 미친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이번 매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매각 초기부터 매각 성공을 자신했다.

이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채권단의 5000억원 지원을 요청하며 제출한 자구계획(대주주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담보 제공 등)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며 퇴짜를 놓았고, 끝내 금호그룹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한 수정 자구계획을 끌어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강남 아파트는 매물이 없어져도 또다시 나오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두 번 다시 안 나온다”며 “돈이 있으면 내가 사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근 실적 부진과 어두운 업황 전망 등이 흥행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수요 둔화, 화물업황 부진 등으로 2분기 연결기준 12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한항공(986억원 손실), 국내 최대 LCC 제주항공(274억원 손실)의 실적도 부진했다. 특히 한일 갈등,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하반기 업황 개선도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매각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에어부산·에어서울 저가항공사(LCC) 2곳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의 6개 자회사를 일괄 매각하는 ‘통매각’이 원칙이라고 밝혔으나, 인수자의 자금 부담,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분리매각 가능성도 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