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라, 벗어라”…동서양 ‘마스크 문명충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난데없는 마스크 전쟁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하자 동서양이 난데없이 마스크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양은 마스크를 반드시 쓸 것을 권장하는데 비해 서양은 환자가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말 것을 권고하는 등 마스크를 두고 또 하나의 문명충돌을 벌이고 있는 것.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이 마스크를 쓴 인파로 붐비고 있다.

◇ 장면 1 : 태국 부총리 “마스크 안쓴 서양인들 내쫓아야”

태국 부총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유럽 관광객들을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누띤 찬위라꾼 태국 부총리 겸 보건부 장관은 지난 7일 방콕의 한 번잡한 공중열차 입구에서 마스크를 배포하던 중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는다”며 호되게 꾸짖고 “태국에서 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인들은 조심하는데 유럽으로부터 온 여행자들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신경도 안쓴다. 어떻게 본인들이 감염자가 아니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느냐”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아누띤 부총리는 이 과정에서 서양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고 분을 이기지 못해 마스크를 한 움큼 쥐고 흔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면 2 : 미국 뉴욕에서 마스크한 아시아 여성 공격당해

미국 뉴욕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한 아시아 여성이 흑인 남성한테 공격당하는 동영상이 유포됐다.

지난 5일 유튜브를 통해 유포된 영상은 맨해튼 차이나타운 그랜드스트리트 전철역에서 한 여성이 달려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여성과 마주친 흑인 남성은 발과 손, 우산 등을 이용해 여성을 마구 폭행했다.

문제의 영상에서 남성은 아시아 여성이 마스크를 쓴 것을 보고 “병걸린 X”이라고 부른 뒤 마구 폭행했다. 그는 “뉴욕에서 마스크를 쓰는 건 당신을 공격목표로 만든다”며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 미국에서 마스크는 범죄자들이나 쓰는 것

실제 미국에서 마스크는 범죄자들이나 쓰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건 당국도 마스크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국장인 낸시 메소니에 박사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일반인들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DC는 아직도 미국 일반인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협은 낮으며 캘리포니아, 워싱턴, 애리조나, 일리노이 등에서 소수의 확진자가 나온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환자들은 최근 중국을 여행한 이들이라 지금 당장,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마스크 착용을 장려하지 않는 데는 얼굴을 가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문화적 배경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범죄자라 생각해 매우 위협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사유지에 실수로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다가 강도로 간주되어 총을 맞는 사례도 많고 후드가 달린 옷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논의중인 주도 있다.

또 미국에서는 아프면 학교나 직장을 가지 말고 집에 있어야지 마스크를 쓰고 부득불 나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인식도 강하다.

신종 코로나가 대유행함에 따라 마스크를 쓰는 것을 두고 동서양이 문화적 충돌을 빚고 있는 것이다.

동양 여성을 폭행하는 흑인 – 유튜브 동영상 화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