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고비넘겼나…후베이성 확진자 급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비드·COVID-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서 12일 추가 확진자 숫자가 크게 꺾였다. 이에 따라 코비드-19 사태 ‘최악 상황’이 끝난 것인지 여부를 두고 전 세계 전문가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 “후베이 외 확진자 7일 연속 감소”…후베이도 대폭 줄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11일 후베이를 제외한 지역의 코비드-19 감염 확진자 수가 7일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일 확진자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3일 89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4일 730명 △5일 707명 △6일 696명 △7일 558명 △8일 509명 △9일 444명 △10일 381명 등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리고 12일, 후베이 내 추가 확진자도 대폭 준 것으로 나타났다.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12일 오전 0시 기준 지역 내 코비드-19 신규 확진자가 1638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4일 3000명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크게 줄었다. 후베이 신규 확진자는 4일 3156명을 기록한 뒤 △5일 2987명 △6일 2447명 △7일 2841명 △8일 2147명 △9일 2618명 △10일 2097명으로 나타나는 등 2000명대를 지속하다 12일 1000명대로 내려왔다.

◇ 전염병 전문가들, 정점 두고 갑론을박

추가 확진자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 세계 연구진은 코비드-19 사태의 ‘정점’을 두고 제각각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 장쑤성 시안교통리버풀대학 연구진은 10일 발표한 데이터 모델을 통해 다음 주면 신규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줄고 23일엔 ‘0’에 가깝게 수렴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확진 사례 발견이 거의 끝나가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현재 확진자 사례가 과소보고 됐거나 상황을 바꿀 만한 다른 요소가 생기면 예측은 바뀔 것”이라며 “이 모델은 만약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최악 상황은 지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연구진은 지난 7일 발표한 수학적 모델에서 코비드-19 사태가 2월 중순에서 말쯤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 컬럼비아대 감염·면역센터 소장인 이안 립킨 감염역학 교수도 만일 중국 당국의 억제 정책이 효과가 있다면 2월 중순부터 말까지 “극적인 감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봄이 일찍 시작한다면 새 확진 사례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스 영웅’ 중난산 “4월까지 간다”:

호흡기 질환에 관한 중국 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는 11일 코비드-19 발병이 오는 4월에야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수학적 모델링, 최근의 발병 건수, 정부의 대응 조치를 근거로 보면 코비드-19 발병 건수는 이달 중순이나 후반쯤 정점에 다다른 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 원사는 지난달 29일 전염병이 향후 7~10일 사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었지만 이달 3일엔 앞으로 2주간 절정기를 이룰 것이라며 시기를 늦췄다.

◇ 韓전문가들은 ‘2말3초’ 가능성 무게: 국내 학계와 의료 현장 전문가들은 2월 말이나 3월초에 코비드-19 확산이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월말~3월초에는 확진자 증가가 ‘0’에 수렴해 거의 상황 종료”라고 예측했다.

그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환자 1인당 감염률에 비춰볼 때 최종 확진자수는 5만1109명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3월8일쯤 중국에서 더이상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거의 늘어나지 않아 사실상 사태가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병 서울시립서북병원 원장도 유튜브 방송에서 “2월 말이면 (확산세가) 많이 감소하지 않겠나 예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월 들어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매일 3000명 이상씩, 최대 4000명도 늘어나다가 지금은 확진자 증가세가 줄었다”며 “어제는 2500명선으로 떨어졌다. 좋은 징조가 아닌가 한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 문제는 신빙성…”중국 자료 엉망”

전문가들은 중국이 확진자 등을 적게 보고한다면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전염병을 예측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했다.

SCMP는 일부 연구원들은 중국 당국이 발표한 자료의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경제매체 차이신 등은 진단 방법의 부정확성이나 검사 지연 등을 보도했다. 이는 실제 확진자 수가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LSHTM 소속 전염 역학 전문가인 존 에드먼드는 “중국의 자료는 너무 엉망이라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랭커스터대학의 생물통계학 수석강사는 “한 전염병의 정점을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에 따라 민감하게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