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알렉사 등 음성인식 비서, AI 챗봇에 밀려 ‘퇴물’ 신세

NYT “기술적 한계·경영 판단 착오 등으로 경쟁에서 밀려”

지난 10년간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해온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 음성인식 비서가 최근 오픈AI의 ‘챗GPT’로 대표되는 AI 챗봇에 자리를 넘겨주고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이 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음성인식 비서의 기술적 한계와 경영 판단 착오 등을 꼽았다.

애플은 2011년 5세대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음성인식 AI 비서 시리를 내놓아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어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가 잇따라 출시됐다.

애플 등에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했던 전 직원들에 따르면 시리는 기본 기능 업데이트에만 몇주가 걸리는 등 투박한 기술이 발전을 가로막았으며, 아마존과 구글은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에서 활용하는 등 경영 판단 착오로 실패했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챗봇은 엄청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서를 학습해 성장한 데 비해 이들 음성인식 AI 기술은 한정된 질문과 답변 목록을 이해할 수 있는 명령 제어 체계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등 기본적으로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리의 데이터베이스(DB)는 가수 이름이나 음식점 상호부터 수십 개의 언어로 된 막대한 양의 단어들이 저장돼 있기 때문에 단순 업데이트에도 전체 DB를 재구축해야 하는 등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도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는 데다 이들을 통해 제품 구입을 유도, 수익 창출을 꾀했으나 고객들은 단순히 날씨 조회나 기상 알람 등 한정된 기능만 사용하는 데 그쳤다.

결국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팀은 최근 대규모 감원 열풍의 희생양이 됐다.

애플은 시리에 대한 NYT의 코멘트 요청을 거절했으나, 구글은 어시스턴트가 여전히 스마트폰과 가정, 차량 등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알렉사에 대한 전 세계 고객들의 활용 빈도가 지난해 30% 증가했다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AI로 발전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AI 전문가들은 향후 챗봇 기술과 음성인식 기술이 하나로 합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들은 AI 챗봇을 음성으로 제어하게 되고, 애플과 아마존, 구글 제품을 사용할 때 단순히 날씨 조회뿐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할 때도 음성인식 서비스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NYT는 예상했다.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된 구글 홈(오른쪽)과 아마존 에코.
인공지능 비서가 탑재된 구글 홈(오른쪽)과 아마존 에코.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