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슈퍼리치, 내년엔 현금 쌓아둔다

미중 무역전쟁·브렉시트 등 대비해 현금보유량 높여

패밀리 오피스 53% “기후변화, 금융시장 최대 위협”

 

전 세계 부호들이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주식 투자 등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현금 비중을 높이는 등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UBS자산운용과 캠든 웰스 리서치가 슈퍼리치 가문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 360개를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자산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약 42%가 현금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슈퍼리치들은 △경기침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포퓰리즘 세력 확대 △기후변화 등 위기에 대비해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패밀리 오피스 경영진 중 약 55%가 2020년 전 세계 경기가 불황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고, 63%는 브렉시트가 투자처로서의 영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또 84%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포퓰리즘 세력이 내년까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새라 페라리 UBS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 그룹 대표는 “패밀리 오피스가 지정학적 사건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다 보니 슈퍼리치들의 투자 성향도 안정을 추구했다. 새로운 투자보다 현금 유동성 확보를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그 결과 올해 패밀리 오피스의 자산 대비 현금 보유 비중은 7.6%로, 작년 조사 때(6.9%)보다 0.7% 증가했다.

슈퍼리치 중에서도 젊은 세대들은 단기적인 위험요인보다 기후변화에 주목했다. 페라리 대표는 “패밀리 오피스의 53%가 기후변화를 금융시장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산을 운용하는 데 있어 지속가능한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패밀리 오피스라고 해서 연금이나 국부펀드 등 여타의 기관투자가들과 관점이 반드시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자산운용사에 비해 투자 유연성이 높고 특정 기준 지수에 덜 의존적이며 부실 장기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5월~2019년 5월 패밀리 오피스 수익률은 선진시장 주식과 사모펀드에 집중한 데 힘입어 5.4%를 기록해 선방했다. 같은 기간 국제 벤치마크인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는 2.2% 하락했다. 패밀리 오피스는 내년엔 기술 중심의 사모펀드와 비상장기업 지분 매입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번에 조사한 360개 패밀리 오피스는 총 3300억달러(약 39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