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최 “무대공포증 달래려 10초 명상”…통역 뒷얘기

버라이어티 특별기고 “기생충과 함께 했던 여정은 특권”

샤론 최(왼쪽)가 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대답하고 있다. (더 할리우드 리포터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전담 통역사 샤론 최(한국이름 최성재·26)가 아카데미 시상식과 칸 영화제에서의 통역 경험을 털어놓으며 “마치 특권과 다름 없었다”고 회고했다.

18일 최씨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기고한 글에서 “목소리를 보호하려고 끊임없이 허니레몬차를 주문했던 지난 6개월 간 기억이 새로운 도시들과 마이크, 좋은 소식들로 범벅돼 흐릿하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사실 통역할 때는 기억을 주워담을 시간이 없다. 현재 존재하는 순간이 전부고, 다음 통역을 위해 기억 공간을 전부 비워둬야 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동서양 문화에 모두 익숙한 자신의 경험과 봉준호 감독의 명료한 단어 선택, 영화제작을 공부했던 이력이 통역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어린 시절 2년 간 미국에서 살다가 10살쯤 귀국해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진학, 영화예술 미디어학을 전공했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는 ‘혹시나 잘못 통역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과 무대공포증을 이기기 위해 무대 뒤에서 항상 10초간 명상을 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2개 언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 내가 아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었다. 20년 동안 나만의 통역을 해왔고, 평생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해왔다. 이것이 내가 영화라는 영상 언어와 사랑에 빠진 이유”라고 밝혔다.

최씨는 ‘기생충’ 팀과 함께 했던 여정을 ‘특권’이라고 표현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험으로 봉 감독의 뉴욕매거진 인터뷰를 통역했던 때를 꼽았다.

그는 “봉 감독이 어떻게 직감적으로 공간을 읽는지 듣는 것만으로도 카메라와 공간, 인물의 삼위일체에 대해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며 “항상 유머와 재치가 묻어나는 그의 재빠른 지적은 배울 것이 많았고 고무적이었다”고 전했다.

최씨는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때부터 ‘기생충’ 팀과 동행하며 봉 감독 특유의 유머와 달변을 매끄럽게 전달한다는 평을 받았다. 봉 감독은 그를 ‘언어의 아바타’라고 불렀고, 외신들은 그를 ‘오스카의 숨은 주역(MVP)’라고 부르며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