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4명 치명적 바이러스…또 ‘박쥐’가 전파했나

비슷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스’도 ‘박쥐→동물→사람’ 감염

“사람, 동물 밀접접촉 활발한 재래시장이 신종감염병 뇌관”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전파자가 ‘박쥐’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비슷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도 첫 숙주로 삼은 동물은 박쥐였다. 이들 바이러스는 다른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도 전파됐다. 이번 우한 폐렴 감염지인 중국 우한시의 야생동물을 파는 시골 재래시장도 언제든 신종 감염병 발생 가능성을 둔 뇌관이었단 지적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질병관리본부가 중국 푸단대학교를 통해 공개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쥐 유래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와 89.1%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스와 상동성은 77%, 메르스는 50%다. 서로 사촌지간인 셈으로 역시 박쥐 유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바이러스는 족보상 사스에 가깝다”며 “첫 숙주가 어떤 동물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도 박쥐에서 시작된 만큼 많은 신종 감염병이 박쥐에서 발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바이러스는 동물 몸 속에서 비교적 잘 존재하지만, 사람에게 전파되며 문제를 일으킨다.

사스는 지난 2002년 11월 광동성 남부에서 시작된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Coronavirus)가 원인 병원체였다. 그러나 초동 대응을 제대로 못한 탓에 바이러스는 37개국으로 퍼져 8000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7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감염자 186명과 사망자 38명을 발생시킨 메르스 역시 박쥐에서 시작해 낙타를 거쳐 사람으로 옮겨지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메르스 환자는 2012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보고됐다.

지난해 말 처음 인체 감염이 확인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2019-nCoV’로 명명됐다. 우한 폐렴 환자 대다수가 중국 우한시 화난해산물 시장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역시 야생동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에는 각종 야생동물도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교수는 “전통 재래시장은 아생동물, 가금류 등이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바이러스 변이가 이어지고, 사람에게도 전파되기 좋은 환경”이라며 “재래시장은 결국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판도라 상자가 될 것이란 게 학계의 우려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재래시장 등의 환경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에 우려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바이러스와 싸움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편 우한 폐렴은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등으로도 퍼지면서 한국과 일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21일 기준으로 전체 확진 환자는 218명이며 이중 4명이 사망했다. 4명 중 대다수는 우한 출신 60대 이상 고령자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중국 ‘우한 폐렴’ 확진 판정자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전 대구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대구에 도착한 탑승객들이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