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70대 한인 실종사건 “끝나지 않은 악몽”

디캡경찰서 권영웅씨 관련 수사 브리핑, “지난해 9월 이후 생사 불분명”

한인 목사 아내가 마지막 목격…”같이 쓰는 아파트에서 식사 대접했다”

경찰 “범죄행위 의심”, 두 딸 “희망 놓지 않았다”…미스터리 점점 커져

1년여전 실종된 이후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권영웅씨(미국명 다니엘 권, 78)가 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디캡카운티 경찰은 ‘한인 실종자 다니엘 권씨 실종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16일 오후 3시30분 경찰서 본부 앞에서 개최했다.

특수사건 수사대 시어도어 골든 경위는 “권씨의 실종에는 범죄 행위(foul play)가 의심된다”면서 “마지막 목격자이자 관심인물(person of interest)인 한인 J씨(여)의 신원을 확인한 상태지만 그를 용의자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이날 권씨의 두 딸인  그레이스 권, 캐서린 권씨 자매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버지의 행방에 대한 제보를 눈물로 당부했다.

◇ 실종 당시의 상황

경찰 리포트에 따르면 하반신 장애를 갖고 있는 권씨는 2019년 9월 3일 낮12시45분경 자신이 운전할 수 있도록 개조된 혼다 오딧세이 미니밴을 타고 챔블리 자택을 떠나 외출했다. 당시 권씨는 흰 모자와 녹색 상의를 착용하고 배낭과 전동휠체어 등을 싣고 집을 떠났다.

귀넷카운티 경찰 리포트에 따르면 권씨가 실종된지 이틀 후인  5일 오전 11시22분경 그의 미니밴과 배낭,  전동 휠체어가 귀넷카운티 로렌스빌 슈가로프 서밋 아파트에서 발견됐다. 이 아파트는 I-285 고속도로에 위치해 있는 권씨의 자택으로부터 15마일 가량 떨어져 있다.

귀넷 경찰은 “주변 탐문을 거쳐 권씨가아파트 320호를 자주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320호에서 권씨의 전동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J씨를 발견했다”면서 “그녀는 ‘권씨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떠났으며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리포트에 적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의 두 딸이 아버지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이 아파트를 찾아냈으며 아파트 주자창에는 권씨의 미니밴이 주차돼 있었다. 이후 권씨는 13개월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 두 사람의 관계는?

권영웅씨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한인 여성 J씨는 A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한인 목사의 아내인 것으로 밝혀졌다.

디캡카운티 경찰 리포트에 따르면 J씨는 권영웅씨를 교회에서 만났으며 권씨가 “두 딸이 돈을 가져가서 문제가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본보의 확인결과 권영웅씨는 J씨의 남편이 사역하는 교회의 장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J씨는 경찰에 “이 아파트는 권씨에게 집밥을 해주기 위해 권씨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말했으며 “이 아파트에서 권씨와 만나는 것을 남편이 알게될까봐 몹시 두렵다”고도 진술했다. 본보의 확인결과 이 아파트는 권영웅씨가 얻어서 렌트를 지불했으며 가끔씩 들러 J씨가 해주는 식사를 했던, 두 사람만이 알고 있던 공간이었다.

권씨와 J씨의 관계에 대해 권씨의 두 딸은 “J씨가 돈을 노리고 아버지를 속였다(manipulated)”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J씨는 본보에 “단순히 식사를 챙겨주려고 했던 것일 뿐”이라며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권영웅씨는 도대체 어디에 있나?

디캡경찰 리포트에 따르면 전동휠체어를 갖고 나오려던 J씨는 경찰관이 그녀를 심문하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경찰에 “권씨가 이틀 전에 친구 3명과 함께 떠났다”면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J씨는 본보에 “평소 나보다 먼저 아파트를 떠났던 권씨가 그날(3일)은 나보고 먼저 가라고 했고, 친구들이 데리러 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딸인 그레이스 권씨는 “아버지가 휠체어나 미니밴 없이는 멀리 갈 수 없었을 것이며 또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면서 “아버지가 안전하게 돌아오기만을 고통스럽게 기다리고 있으니 누구든지 작은 실마리라도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씨가 실종된 후 권씨의 은행계좌에서 ‘거액’이 인출됐다”면서 “딸들은 사라진 돈이 권씨의 실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J씨는 마지막 목격자이기 때문에 관심인물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용의자가 아니다”라면서 “여전히 여러명의 인물을 놓고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서린 권씨는 기자회견 말미에 “아버지를 찾아서 집으로 데려 오도록 도와달라”면서 “우리는 아버지를 정말로 그리워하고 사랑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제보전화 디캡카운티 경찰서 770-724-7477, 이메일 캐서린-그레이스 권 자매 Findingdaniel19@gmail.com. 권씨의 실종사건에는 현상금도 걸려 있다.

이상연 대표기자, 윤수영 기자 

디캡경찰서의 기자회견에서 시어도어 골든 특수사건수사대  경위가 사건 정황을 설명하고있다.

 기자회견에서 권씨의 두 딸인 그레이스 권씨(오른쪽)와 캐슬린 권 자매가 눈물로 호소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