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만든 사토시 정체 밝혀지나

크레이그 라이트의 BBC방송과의 회동 (2016년 BBC방송 갈무리)

암호화폐 업계 ‘술렁’

자신이 나카모토 사토시 비트코인 창시자라고 주장하는 크레이그 라이트가 미국 저작권청으로부터 ‘비트코인 백서’에 대한 저작권 등록증을 발급받았다는 보도 이후, 비트코인 창시자의 정체가 공개될지 블록체인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브리핑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저작권청은 크레이그 라이트에게 비트코인 백서와 오리지널 비트코인 코드 버전 0.1 저작권 등록증을 발부했다.

미국 저작권청은 저작권 등록자명에 크레이그 라이트와 나카모토 사토시를 함께 기재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정부기관이 크레이그 라이트를 나카모토 사토시 비트코인 창시자라고 인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미 저작권청, 크레이그 라이트에 저작권 등록증 발부”

사토시 자처하는 라이트가 지지하는 비트코인SV 폭등

그러나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미국 저작권청이 발부한 등록증은 소유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공식 특허가 난 상태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나카모토 사토시’와 ‘크레이그 라이트’가 누구길래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개발자는 온라인에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처음 소개됐다.

‘비트코인 백서’라 불리는 이 논문은 비트코인의 출발을 선언한 것으로 △중앙집중형 금융시스템이 아닌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한 전자화폐 등장 △공개키 암호방식을 통한 소유권 관리 △공개적 거래를 기록할 수 있는 작업 증명 합의 알고리즘 △합의 메커니즘을 위한 규칙과 보상 등을 담고 있다.

베일에 싸인 나카모토 사토시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본계나 아시아계일 것’이라거나 ‘개인이 아닌 단체’일 것이라는 추측을 제기했으나 그에 대한 정보는 7년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2015년 12월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가 나카모토 사토시는 크레이크 라이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가 나온 직후 호주 당국이 라이트의 집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당시 라이트는 “압수수색에 대해 호주 세무청과 협력하고 있다”며 자신이 사토시가 맞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자신이 사토시임을 숨긴 이유는) 세간에서 만들어낸 무성한 이야기로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라며 “돈과 명예를 바라지 않으며 홀로 놔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크레이그 라이트는 2016년 5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토시임을 입증하겠다며 비트코인 개발 초기 단계에 만들어낸 암호 키를 사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메시지에 서명하는 것을 선보였다. 이는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들어낸 비트코인 블록과 밀접하게 연관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가 제시한 증거가 이미 공개된 정보이기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크레이그 라이트는 사기꾼”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는 지난 4월 트위터를 통해 “크레이그는 사토시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왜 ‘비트코인’이 아닌 ‘비트코인SV’가 올랐나

상식적으로 나카모토 사토시 비트코인 창시자가 밝혀질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다. 그러나 이날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암호화폐는 시총 11위 비트코인SV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1시 현재 비트코인SV는 전일보다 82% 오른 114달러(약 1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SV의 최고 시세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221달러(약 26만원)였다.

크레이그 라이트는 비트코인SV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현재 비트코인SV 진영의 대장 역할을 하는 그이기에 라이트가 사토시로 밝혀질 경우, 가장 큰 변화가 생기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SV가 된다.

투자자들은 라이트가 사토시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그가 옹호하는 비트코인SV로 몰렸고, 보도 직후 비트코인SV 시세는 119% 폭등했다. 시총 역시 전일 11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약 84% 증가했다.

자신이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크레이그 라이트는 왜 비트코인이 아닌 비트코인SV라는 암호화폐를 대표하게 됐을까.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거래시장에 등장한 비트코인SV는 비트코인캐시로부터 분리·독립(하드포크)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 2017년 8월 비트코인의 거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하드포크돼 등장했다.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보다 블록 크기가 커졌기 때문에 더 많은 트랜잭션을 담을 수 있어 수수료가 줄어들고 처리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을 갖는다.

크레이그 라이트는 “비트코인 블록 크기 등의 기술적인 제한 탓에 애초 그렸던 비트코인의 미래가 달라졌다”며 비트코인캐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그린 비트코인의 미래는 비트코인캐시”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비트코인SV 치고 오르자 비트코인ABC ‘주춤’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캐시 개발자들 사이에 ‘스마트 계약 솔루션 포함 여부’, ‘블록 크기 확대 여부’ 등 업그레이드 방향성을 두고 기술적 이견이 발생했고 연합 전선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각자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를 ‘사기꾼’이라 지칭했다. 크레이그 라이트는 당시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덤핑해 시세를 2014년 수준으로 폭락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당시 이들의 갑론을박에 투자자들은 매도세를 펼쳤고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지난해 11월 말 서로 호환되지 않는 클라이언트를 이용해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시작했다. 그 결과 비트코인캐시 진영은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새 시장을 열자”고 주장하는 비트코인ABC(BCH)와 “비트코인 기존 정신을 계승하자”는 비트코인SV로 나뉘었다. 이들의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상장과 시세 역시 다른 길을 갔다.

막강한 채굴력을 가진 비트코인ABC가 강세를 보여온 가운데 두 진영은 최근까지도 서로를 ‘사기꾼’이나 ‘불타는 쓰레기통’이라고 비판하며 내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언론 보도로 인해 비트코인SV이 폭등한 반면 비트코인ABC(BCH)는 오후 1시 현재 411달러(약 49만원)로 전일보다 1.15% 오르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