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사태] ② 일용직에서 미디어까지…앞날은 ‘암흑’

한인 서류미비자들, 바이든 포괄적 이민개혁 법안 좌초에 좌절

DACA 혜택 ‘드리머’들도 불안…”공화 대통령 당선되면 어쩌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기 발의했던 포괄적 불법이민자 사면법안인 이른바 ‘바이든 이민개혁법안’이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한인 서류미비자들의 좌절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초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의회에서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에 지난 5월 연방 상원의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초당적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해 모임을 가졌지만 역시 실마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면법안은 미국에 일정 기간 불법체류하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신원 조사를 통과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등의 요건을 통과하면 5년 뒤 영주권을 제공하고 이후 3년 뒤에는 시민권까지 받게하는 내용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추방유예 혜택(DACA)을 받고 있는 청소년 ‘드리머’들에게는 즉시 영주권을 제공하고 3년 뒤 시민권을 받게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 경제 현안 때문에 이민법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체자 단속과 국경 보호 등에도 소홀하다는 점 때문에 보수 진영의 공격을 받으면서 공화당이 재집권할 경우 오히려 더욱 강력한 단속이 우려되기도 한다.

아파트 청소와 페인트 일을 하고 있는 서류미비 한인 A씨는 “요즘에는 단속 걱정이 없어서 그나마 마음이 놓이지만 선거가 다가오면 혹시 다른 상황이 펼쳐질까 걱정이 된다”면서 “무엇보다 민주당도 처리하지 못한 사면법안이 앞으로도 통과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평생 불체자라는 낙인을 갖고 살아야 할 것 같다”며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한인 인터넷 미디어와 명예훼손 분쟁을 겪던 한인 B씨는 해당 회사를 고소하기 위해 변호사와 상담을 하던 도중 오너 명의가 다른 사람으로 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수소문하다 오너가 서류미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B씨는 해당 오너가 재판으로 인해 추방 등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우려에 소송을 망설이고 있다. 그는 “한인사회에서도 불문율이 있는데 신분 문제는 서로 거론하지 않는 것”이라며 “서류미비자가 미디어 사업까지 하는 점에 놀랐지만 문제를 확대시켜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추방유예 혜택을 받고 있는 ‘드리머’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연방 국토안보부(DHS)는 최근 드리머에 대한 현행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는데 이들을 추방으로부터 보호하고 갱신 가능한 2년 노동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이 아니라 행정 명령이어서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입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 역시 “결국 연방의회가 드리머에게 영구적인 해결방안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드리머’들에게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구제법안만 별도로 추진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공화당 내 소수의견이어서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인 드리머인 C씨는 “양당이 합의해 구제법안을 명문화시키지 않는 한 우리 같은 드리머들은 매일 불안해하며 살 수 밖에 없다”면서 “요즘처럼 국경 문제가 부각되면 여론이 악화하지 않을까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연방 이민당국의 단속 모습./ICE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