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 GE… 엔론보다 더하다?

해리 마코폴로스 “GE, 380억달러 상당 회계 부정”

GE, 의혹일축…”주가하락 조장해 이득 얻으려 해”

“엔론보다 더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직면한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이 소식이 전해진 15일 GE는 관련 주장을 일축했지만 뉴욕 증시에서 주가는 전일대비 11.30%(8.01달러) 급락했다. 2008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해리 마코폴로스란 인물이 이날 GE가 380억달러 상당(약 46조원)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미 월가 사상 최악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으킨 버나드 메이도프를 고발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마코폴로스는 GE가 그동안 내부 문제를 감췄고 결과적으로 금융 규제당국에 부정확한 사기 보고서를 제출해 왔다고 말했다. 170쪽이 넘는 이 보고서에는 GE의 재무제표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과 함께 회사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들어갔다. GE가 비용과 부채를 과소평가해서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지난 2002년부터 2018년까지 GE의 재무제표를 분석했으며, 그 결과 GE는 장기보험 부문에서 현금 185억달러를 보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코폴로스는 GE가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시점에서 수익을 보고했고, 앞으로 이들이 고령이 됐을 때 회사가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잘못 계산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같은 부채를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은 마련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GE는 보험금 청구에 대한 손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GE는 이 비용을 감당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E가 오일과 가스 부문 사업체 베이커 휴에 투자했던 일부를 매각하면서 손실로 기록한 회계 방식도 문제 삼았다.

마코폴로스는 이러한 내용을 전부 합하면 회계 부정 규모는 GE의 시가 총액 40% 이상인 380억달러에 이른다면서 “엔론과 월드컴 사태 때의 규모을 합한 것보다 더 큰 사기”라고 주장했다.

엔론은 지난 2001년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되면서 파산한 미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당시 엔론은 자회사에 부채를 넘긴 뒤 연결재무제표에서는 이를 제외하는 수법으로 회계처리를 해 실적을 부풀렸다. 15억달러 규모 분식회계로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해 투자자 등은 780억달러대 피해를 입었다. 엔론, 월드컴 등 잇따른 대형 회계 부정 사태를 계기로 미국은 기업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도입했다.

마코폴로스는 CNBC에 미국의 중형 헤지펀드의 요청으로 이번 GE 회계 검토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헤지펀드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 회사가 GE 주가 하락에 베팅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는다고 전했다.

GE는 마코폴로스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회사 측은 GE는 보험 포트폴리오를 지원할 충분한 자금을 갖추고 있으며 유동성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래리 컬프 GE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GE는 재정적인 부정행위 의혹을 언제나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건 단순한 시장 조작”이라며 “그가 170쪽 분량 보고서를 쓰면서 회사 관계자와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그의 관심사가 재무 분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의 관심은 GE 주가가 하락함으로써 자신과 공개하지 않은 헤지펀드 파트너가 얻을 개인적인 이득에만 있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마코폴로스는 검토 내용을 규제기관과 공유했으며, 일부 정보는 사법당국과 독점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비공개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답변을 거부했다. WP는 GE의 회계와 관련된 내용은 SEC와 법무부가 면밀하게 감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GE의 한 공장/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