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직감이 탄생시킨 코로나19 치료제

머크사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1년여만에 초고속개발 완료

냉전 시절 ‘생물무기’ 백신이 원형…에모리대·제약사 손잡아 성공

미국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SD)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는 의사 출신 투자자 부부의 직감과 빠른 사업적 판단 덕에 탄생했다는 비화가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릿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 창립자인 웨인 홀먼 부부가 MSD의 경구용 치료제 개발을 이끈 과정을 소개했다.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원형이 되는 물질은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냉전 시절 구소련과 미국이 베네수엘라 뇌염 바이러스를 변형시켜 만든 생물학 무기에 노출된 군인들을 위한 치료제였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진이 2018년에 개발해 EIDD-2801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치료제에 홀먼 부부가 주목한 것은 2020년 1월이었다.

이 치료제가 포유류와 조류에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 때문이었다.

그러나 EIDD-2801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였고, 단 한 번도 인체실험이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약점이었다.

실험 결과로만 보면 인체에서 효과를 내기 위해 용량을 늘릴 경우 자칫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홀먼 부부는 EIDD-2801이 당시 발생 초기였던 코로나19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남편 웨인은 “리스크가 있더라도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의사 출신 투자가로 돈을 번 뒤 제약 벤처사를 창립한 웨인은 자신의 돈을 치료제 개발에 투입하기로 결심했다.

부부는 2020년 3월 에모리대 연구팀과 파트너십 계약을 한 뒤 본격적으로 EIDD-2801을 사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남편 웨인은 자신이 어린 시절 즐겨봤던 만화에 등장하는 토르의 망치 ‘묠니르’에 착안해 EIDD-2801에 ‘몰누피라비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같은 시점에 미국의 대형 제약사 MSD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물색 중이었다.

MSD도 EIDD-2801의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에모리대 연구팀과 접촉한 것은 이미 홀먼 부부와 계약을 마친 시점이었다.

연락을 받은 홀먼 부부는 MSD와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선 MSD와 같은 대형 제약회사와 함께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홀먼 부부는 치료제를 개발할 경우 MSD에 전 세계에 유통할 권리를 주고 수익을 배분받기로 했다.

홀먼 부부의 신속한 결정은 신속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졌다.

당초 물누피라비르는 인체 DNA의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신약 개발 경험이 많은 MSD가 연구에 뛰어들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해소됐다.

결국 MSD는 지난 10월 3차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각국의 의약품 허가기관에 몰누피라비르의 승인을 신청했다. 130년에 달하는 MSD 역사상 최단기간 의약품 개발이었다.

JP모건에 따르면 몰누피라비르의 내년 전 세계 매출은 60억 달러(한화 약 7조158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에모리대 신약개발 연구소/emory.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