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 상징 된 ‘OK 손동작’

ADL, 혐오상징 데이터베이스에 OK 손모양 추가

엄지와 검지 붙여 동그라미…’백인의 파워’ 상징

“괜찮다”는 의미의 ‘오케이(OK) 손모양이 혐오의 상징으로 변질됐다고 CNN과 타임 등이 26일 보도했다.

미국 최대의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이날 OK 손동작을 극단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슬로건과 상징 목록 데이터베이스(DB)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뉴욕시에 본부를 둔 ADL은 법 집행관, 학교 관계자 등이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을 알아챌 수 있도록 지난 2000년부터 DB를 만들고 있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붙여 동그라미를 만드는 OK 손동작은 보편적으로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하거나 무언가를 허용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ADL은 극보수주의자들이 이 표시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OK 손동작의 ‘의미 변질’은 이를 백인 민족주의와 연관 짓고자 거짓 모략을 꾸민 이미지 기반의 익명 웹사이트 포챈(4chan) 사용자들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사람들이 OK 표식을 하면 나타나는 손 모양을 ‘백인의 힘'(white power)을 의미하는 알파벳 ‘W’와 ‘P’로 여기게 하려 했다. 그래서 언론이나 진보·자유민주주의인 사람들이 OK 손동작에 과민반응하도록 미끼를 만들고, 이후 그들이 표식을 비판하면 ‘악의 없는 상징을 규탄한다’고 조롱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9년,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이 표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ADL은 보고서에서 “일부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원래 계획에서 짰던 비꼬거나 빈정대는 의도를 버리고 이를 진실한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이슬람 사원 2곳에서 무차별 총기난사를 해 51명을 살해한 호주인 백인우월주의자 브렌트 태런트도 체포 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OK 손동작을 했다.

ADL 극단주의센터의 오렌 시걸 소장은 OK 표식이 혐오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맥락을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OK 손동작은 너무 오랫동안 ‘OK’를 의미했기 때문에 이걸 DB에 추가하는 일을 많이 망설였다”면서 “그러나 현 시점에서 혐오적인 목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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