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빨리 만들려고 일부러 젊은이들 감염?”

미국 등서 ‘인체 유발시험 반응’ 통한 백신개발 논의

50개국서 9000명 지원…WHO 윤리지침 마련 나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지원자에게 감염시켜 백신 효과를 시험하려는 일각의 움직임과 관련, 윤리지침 마련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몇주 안에 가이드라인 발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WHO의 이번 방침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도되는 ‘인체 유발반응 시험(human challenge trials·HCT)’을 둘러싼 논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HCT는 젊고 건강한 지원자들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켜 일부러 감염시킨 뒤 백신 후보물질의 효과를 시험하는 것을 일컫는다.

SCMP는 이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찬성하는 반면, 윤리적·의학적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관련 논문을 발표해 논의를 촉발했던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피터 스미스 교수는 “과학자들은 몇년씩 걸리는 3차 임상시험을 약 6개월로 단축하고 싶어 한다”면서 “이는 임상시험 규모와 임상 지원자의 전염률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에서는 ‘하루 더 빨리(1 Day Sooner)’라는 이름으로 HCT 참가지원자를 모집하는 캠페인이 전개됐고, 50여개국에서 9천명 가까이 지원했다는 게 SCMP 설명이다.

SCMP에 따르면 학자들은 앞서 인플루엔자·말라리아·뎅기열·콜레라·장티푸스 등의 질병과 관련해 ‘인체 유발반응 시험’ 방식을 쓴 적이 있다.

몇 년 전 지카 바이러스 유행 당시에도 HCT가 논의됐지만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WHO는 2016년 ‘다른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만 HCT 방식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고, 국제의학기구협회(CIOMS)도 WHO와 함께 ‘에볼라·탄저병 등 사망률이 높은 질병에 HCT 방식을 쓰면 안 된다’는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웰컴 트러스트 재단 백신프로그램 책임자인 찰리 웰러는 “1년 안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려면 전례 없는 방식을 써야 한다. HCT에 대한 고려도 포함된다”면서도 안전성과 윤리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WHO 대변인도 “코로나19는 인류에 새로운 질병으로, 매일 더 많은 정보가 나오고 있다”면서 또 “시험 지원자들이 위험성에 대해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주펑차이 중국 장쑤성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이 “중국에서 HCT를 하기는 어렵다. 최근 관련 논문이 큰 비판을 받았다”고 말하는 등 중국 학자들은 자국 내에서 HCT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고 SCMP는 덧붙였다./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
[AP=연합뉴스 자료사진]